2010년에도 주식시장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연초부터 미국 금융규제, 중국 긴축,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더니 여름에는 그리스가 파산 직전까지 몰리고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더블 딥’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소 잠잠한 뒤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감행하면서 국내 증시는 다시 한번 변동성에 노출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국내 증시가 200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넘쳐난 달러가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며, 국내 증시는 외국인 주도의 상승세를 펼쳤다. 국내 자금도 ‘랩 어카운트’라는 새로운 방식의 투자처로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여러 악재들이 잠복해 있지만 지난 1년간 불거진 이슈들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이를 감안할 때 내년 국내 증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매우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큰 그림에서 보면 중국 모멘텀보다는 미국 모멘텀이 영향을 줄 것이고 외국인 일방의 수급에서 국내 자금 중심의 수급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크게 좋아진 국내 기업의 실적이 증시를 견인했지만 내년에는 국내 자금의 유입과 더불어 밸류에이션 업그레이드가 상승세를 이끄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랩 어카운트’가 본격 부각될 전망이다.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보다 유연하면서 공격적인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코스피는 국내 자금이 유입될 때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이 그랬고, 2005년 적립식으로 대표되는 주식형 펀드 열풍이 그랬는데 2011년에는 랩 어카운트가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또 더 심한 차별화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50~100개 종목으로 운용되는 펀드에 비해 랩어카운트는 상대적으로 소수 종목 중심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도주에 편입된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간의 수익률 차별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자들은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하고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입한 종목은 포스코, 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생명, 한국전력, 대한항공 등이었는데, 대부분 하반기 이후 부진했다. 반대로 가장 많이 매도한 것은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SK에너지, 현대차, 기아차 등 하반기 이후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이다.
지수는 상승세였지만, 투자성향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종목에 편향된 것이다. 차별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내년 장세를 감안할 때 이러한 투자성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좋지 못할 것이다.
주도주와 소외주의 차별화는 상승기 때마다 나타나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다. 단순히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주도주보다 소외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지수와 상관없는 수익률에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1년은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리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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