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보온병 포탄' '자연산' 등 자신의 잇단 실언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22일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여성)만 찾는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뒤 나흘 만에 사과했지만 대표직 등 거취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사과는 여권 일각에서 '대표 교체론'이 나오고, 안 대표를 희화화하고 비난하는 여론이 좀처럼 식지 않는 내우외환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처방이었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으므로 안 대표 발언 파문을 덮고 가자"는 의견이 당내에 많기 때문에 '안상수 체제'는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기 전에 허리부터 잔뜩 숙였다. 이어 안 대표는 "적절하지 않은 발언과 실수로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다시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그는 거취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당을 화합시켜 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더욱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께 다가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25일 안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결심을 밝힌 뒤 몇몇 측근들과 함께 사과 수위 등을 상의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7일 당무에 복귀해 민생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28일엔 군 부대를 방문하고 30일엔 서울시내 양로원을 찾는다.
이번 사과로 안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여권 내부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권력 구도상 안 대표의 대안으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은데다, 새 대표를 뽑기 위해 전당대회를 다시 치르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또 친박계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우려해 "안 대표를 흔들지 말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안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제대로 당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내년 4월 재보선이나 19대 총선 때 안 대표를 당의 얼굴로 내세울 수 없다"고 보는 의원들이 적지 않으므로 그의 거취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안 대표의 임기는 2012년 7월까지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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