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발생 한 달로 접어들면서 방역 공무원들도 녹초가 되고 있다. 2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구제역 사태를 총괄 지휘하는 이상길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최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도 사무실로 나왔다. 이 실장은 "10여일 전 몸살 증세를 보여 찾은 병원에서 신종플루 진단을 받았다"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집에서 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신종플루가 엄격한 격리조치가 취해지던 1년 전과 달리, 경계 수준이 일반 독감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출근도 가능했다. 이 실장은 다행히 주변으로 전염시키지 않고 최근 완쾌했다.
계속되는 밤샘 근무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감기몸살은 물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공무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황실에서 구제역과 싸우고 있는 농식품부의 모 과장의 경우 시시각각 변하며 홍수처럼 쏟아지는 방역정보에 집중력 저하 현상까지 보일 정도다. 한 동료 직원은 "평소 수 많은 정보를 머리에 넣고 줄줄 외우면서 일선을 진두지휘 하던 그가 최근 회의에선 자료와 메모를 참조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호소할 곳이 없다는 점. 이주호 수의과학검역원장은 "몸이 이상하면 조용히 병원 가서 링거 한 병씩 맞고 있다. 모두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프다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구제역이 끝나는 게 곧 약이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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