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교육경쟁의 원인, 과잉간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교육경쟁의 원인, 과잉간섭

입력
2010.12.26 12:07
0 0

교육이 갈등과 폭력을 야기하는 사회적 진원지가 된 지 오래다. 대입시험 때문에 학생들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빠지는 것은 이제 뉴스도 못 되는 진부한 일이 되었다. 일제고사에 의한 압박도 경쟁의 산물이며,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력적 체벌이 금지된 올해 부각된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력도 경쟁에 치우친 교육의 부산물일 것이다.

열등감ㆍ패배감 떠안기는 사회

12월 초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피의자 역시 일종의 경쟁의 피해자였다. 그는 서울 한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는데도, 스카이(SKY)에 못 갔다는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학간 미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귀국하면서, 패배감은 배가되었다. 귀국해서 게임에 몰두했지만, 사실은 고교 재학 때에는 게임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던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놀지도 않고 공부만 한 아이? 경쟁에 쳐질 때 패배감에 의한 폭력에 더 빠질 것이다. 경쟁이 심한 강남에서는 평균 이상의 스펙을 갖춘 사람들도 열등감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한 비극은 '경쟁사회'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그렇게만 말하는 것도 진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경쟁사회'라는 것은 단순히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 자체가 이미 여러 증상이 뒤섞인 결과이다. 그래서 교육으로 인한 비극을 단순히 '경쟁사회' 탓으로 돌리고 또 돌려도,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 아마도 경쟁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닐 것이다. 성격과 수준에 따라 경쟁은 평가될 수 있다. 초등 및 중등 교육까지는 경쟁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학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면 쉽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일정 수준의 경쟁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당한 평가 방식을 갖추는 데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유럽처럼 국가가 개입해서 경쟁을 줄이기 어렵다. 대학이 거의 국립인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사회규모가 작은 북구 나라들과 우리 사회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시장,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교육시장의 경쟁을 조절하는 일이 필요한 만큼, 동시에 부모의 욕망과 불안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무슨 말인가? 현재의 경쟁사회를 움직이는 뜨거운 에너지의 태반은 부모의 불안과 욕망에서 나온다. 아이들이 그저 착하게 공부만 잘 하길 바라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발적인 삶을 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살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부모들이 그저 좋은 일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왜? 그들 부모 때문에, 성적이 나쁘게 나온 아이들은 자신들을 '죄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공부만 잘 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엉뚱한' 일을 하고 싶은 아이들도 그런 죄의식에 시달린다. 불안에서 기인하는 부모의 과잉간섭이 획일적 과잉경쟁을 불어오는 경향이 큰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경쟁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경쟁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관점은 경쟁의 부작용과 상처를 간과하기 쉽다. 거꾸로 소위 진보적인 사람들은, 무조건 교육경쟁을 완화시키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에서 공존으로' 같은 단순한 구호가 커진다. 그러나 무조건 경쟁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도 자칭 진보의 도그마일 것이다.

부모 스스로 불안감 다스려야

다만 교육경쟁의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폭력성은 줄이는 게 좋다. 그런데 그것은 제도와 법으로는 바꾸기 힘들다. 아무리 '공공성'을 표방해도 안 된다. 불안을 부추기는 사회 탓도 크지만, 부모들이 스스로 불안을 조절하고 다스려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경쟁을 악이라며 거부할 정도로 '진보적인' 마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이에게 일방적인 기대나 간섭을 하지 않을 정도의 마음이면 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