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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수학이 과학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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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수학이 과학인가요?

입력
2010.12.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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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과학인가라는 질문을 학생에게 던졌더니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 역사상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고 아직도 이견이 있는 터이니 왜 나를 힘들게 하시나요의 표정이 정답이겠구나. 역사상 최대 천재 중 하나로 회자되는 위대한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19세기의 가우스는 수학이 과학의 여왕이라고 했었는데, 가우스에게 이런 질문을 했더라면 본전도 못 건지고 혼났을 게 분명하다.

철학자들도 논쟁에 빠져들었다. 칼 포퍼(Karl Popper)의 실험에 의한 반박가능성 관점으로는 과학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더니, 수학이 논리학으로 귀결되지 않으니 과학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이 힘을 얻었다. 협의의 자연과학은 아니지만 광의의 과학으로 보는 것으로 두루뭉술하게 정리하자니 뭔가 부족하다. 조금 더 들여다보자.

수학을 언어로 보는 관점도 있고, 미학적인 측면에서 예술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미적분학의 출현이 촉발한 과학의 발전을 보라. 새로운 수학이론의 출현으로 사고의 틀이 바꾸고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가 새로 정의되지 않았나? 새 언어가 새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요즘 중ㆍ고등학교에서의 수학교육도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언어의 측면을 중히 여긴다. 이건 장래의 직업과 무관하게 중요한 거니까. 특정 분야의 학습 시기는 조절이 가능하지만, 사고의 틀 형성은 어린 시절을 넘기면 이미 늦어지니까.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학당에 못 들어오게 했다는데, 아마도 기하학의 아름다움과 논증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어적, 미학적 측면만으로는 현대수학을 다 설명할 수 없다. 현대수학은 다른 과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공학 등의 응용 기술에 있어서도 핵심이 된 탓이다. 수학이 과학에 기여하고, 과학의 결과가 공학에 사용되는 순차적 개념과는 다르다. 현대 첨단 기술에서는 이미 정립된 공학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 형태의 문제들이 나타나는데, 알려진 수학적 지식을 일상적으로 응용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 문제들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요하며 종종 새로운 수학을 창조하기도 한다.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구별이 모호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필즈상 수상자인 젤마노프는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구별 시도를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학적 사고뿐 아니라 수학적 지식도 실생활 이곳 저곳에서 쓰이는 시대가 되었으니, 수학을 언어로만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셜록 홈즈의 논리적 수사를 넘어 엄청 발전한 요즘 과학수사(CSI)가 대표적인 예인데, CSI를 주제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넘쳐나지 않는가. 한동안 유행하던 미드인 를 떠올려 보라. 2005년부터 5년 넘게 여섯 시즌 방영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였다. FBI 요원이 수학교수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 드라마를 위해 수학계산 소프트웨어 회사인 울프람은 수학자 자문팀을 구성하여 협조하였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사용된 수식이나 영상은 아무 연관 없이 대강 써 내려간 것이 하나도 없다. 부족한 데이터로부터 수학의 편미분방정식을 사용한 역문제로 영상을 복원해냄을 우리 시청자들은 이제 알지 않는가(아, 기억 못할지도 모르지만...)

수학과 자연과학, 공학, 사회과학과의 연계 등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는 분명하다. 갈수록 세분화되는 과학과 공학의 연결고리가 되면서, 수학은 이제 종합과학의 성격을 띤 학문으로 탈바꿈 중인 것이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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