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슈퍼체인에서 튀김닭을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로 소동이 일었다. 그 동안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에서는 튀김닭 한 마리에 1만5,000원 가량을 받고 있었는데 이것이 5,000원으로 내려갔으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반대와 이를 용인하는 정부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없던 일로 되었다. 소비자들은 이런 사건의 전개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데 과연 이 사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자.
공정위 판단 기준은 소비자 후생
우선 가격을 낮춘 슈퍼체인은 소비자들에게 싸게 제품을 공급했으니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닭을 구입할 수 있으니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튀김닭 시장에서 경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이런 싼 가격은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므로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렇듯이 각자는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게 공정함을 판단하므로 공정함에 대한 기준이 없이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방법이 없다.
상품의 가격에 대해 시비가 생기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경쟁사건으로 심사를 한다. 경쟁사건이란 소비자들의 후생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을 말한다. 경쟁사건에서는 관련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 이번 일의 경우 사건과 관련된 경제주체는 서넛이 있다. 우선 가격을 낮춘 수퍼체인이 있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리고 튀김닭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관련돼 있고 마지막으로 이 수퍼체인과 상품유통단계에서 경쟁하는 다른 수퍼체인들이 있다.
어떤 기업이 가격을 낮추는 경우 소비자들이 그 자체로는 이익을 보므로 소비자들의 후생을 위해서 옳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나 경쟁사건의 심사는 그보다는 복잡한 고려를 한다. 즉 일단 가격을 낮추는 경우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배제된다면 가격을 낮춘 사업자는 경쟁사들이 사라진 이후에 가격을 충분히 높여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가 있고 소비자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쟁당국은 가격인하의 궁극적 효과를 고려하여 공정성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왜 애초에 튀김닭의 가격을 낮추었는지 또 그러한 가격결정이 가져올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이 사건에서 해당 사업자는 체인점 당 하루에 300마리라는 한정된 수량에 대해서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여타 치킨 프랜차이즈의 이윤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을지라도 그들을 시장에서 축출하는 효과를 갖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번에 그 수퍼체인이 가격을 낮추기 직전에 다른 수퍼체인에서 피자를 싼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실시했다. 수퍼체인들이 특정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그러한 이벤트를 선전하여 소비자들을 자신의 체인점에 일단 들르게 하면, 그 소비자들은 그 상품뿐 아니라 다른 상품들도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이번 튀김닭 가격인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들과의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수퍼체인과의 경쟁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불평으로 인해 튀김닭 가격인하는 없던 것으로 되었고 수퍼체인들 간의 경쟁이 약화되는 결과가 생겨난 것이다.
보호대상은 '경쟁자' 아닌 '경쟁'
최근에 대형 유통점과 동네 수퍼들 간의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라면 이번에 피자를 싸게 판 수퍼체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그 방식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경쟁당국은 이러한 결정이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지를 세심히 살펴 제재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물론 다른 시장 참여자들도 어느 정도 이윤을 확보하여 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는 여유는 남겨주어야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어디까지나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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