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반구의 많은 나라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으나,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은 폭설로 인해 성탄 연휴가 악몽으로 변했다. 성탄 이전 유럽을 강타한 폭설은 성탄 이후 미국으로 이어져 항공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25일 미 북동부와 남동부에 걸쳐 내리던 눈이 폭설로 변했다. 기상당국은 26일까지 워싱턴, 뉴저지, 뉴욕시 일대에 최대 25㎝의 큰 눈이 올 것으로 예보해, 대서양 연안 공항의 운항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지아주에서 버몬트주까지 이르는 1,600㎞ 지역에는 폭풍경보와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AFP통신은 “부모, 친지와 성탄절을 보낸 수백만명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점에 눈폭풍이 몰아쳤다”고 전했다.
항공사들은 26,27일 보스턴, 뉴욕, 볼티모어, 워싱턴, 뉴저지의 뉴왁 공항을 이용하려는 여행객들에게 일정 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수십년에서 100여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동부 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 25일에만 애틀랜타 발 수백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앞서 성탄 이전인 23,24일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약 700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선 4만명의 발이 묶였으며,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과 벨기에 샤를루아 공항에서도 운항차질이 일어났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은 25일 폭설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모스크바 외곽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이 폐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선 밤을 지새우던 승객들이 건물 지붕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대피를 요구,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 공항에선 2004년 터미널 지붕이 무너져 4명이 숨졌다. AP통신은 “샤를 드골 공항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미국에서 공수해온 제설제였다”고 전했다. 이 공항은 활주로 제빙시설을 갖추지 못한데다, 업체 파업으로 제설제마저 구비하지 못해 이번 폭설에 속수무책이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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