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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보라, 감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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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보라, 감자꽃

입력
2010.12.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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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어 있다 일 갈 적에도 마을회관 놀러 갈 적에도 문 안 잠그고 다니는 니 어미 누가, 자식 놈 흉이라도 볼까봐 끼니때 돌아오면 대문 꼭꼭 걸어잠그고 찬밥에 물 말아 훌훌 넘기는 칠순에 닿은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어 있다 어머니가 챙겨 싸준 감자 쪼글쪼글 썩혀서 버린 화단에 자주 감자꽃은 피어, 꽃핀 나 볼라 말고 쪼글쪼글 오그라드는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여기 '사랑' 대신에 '나'를 대치시켜 보십시오. 그러면 '나'는 얼마나 참 사랑을 사는 사람인지 사랑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입니다.'

란 책을 읽다가, 나의 사랑 점수를 내보고 몹시 실망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점수를 내보시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랑' 대신 '어머니'를 대치시켜 보니까 거의 만점이 나오는 거 있죠. 자식 흉 볼까봐 대문 잠그고 찬밥 홀로 먹는 어머니를 어찌 점수로 매길 수 있겠습니까. 사랑에 천재인 어머니 자주 보라는데 이제 영영 볼 수 없으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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