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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세무검증제 도입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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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세무검증제 도입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입력
2010.12.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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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 중 하나가 세무검증제. 소득이 많은 개인사업자가 정확하게 소득과 지출을 신고하는지를 세무사를 통해 사전 검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봉급 생활자들과의 형평을 위해서라도 일부 고소득 전문직종의 세금 탈루는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정부안대로라면 대상은 의사, 변호사, 회계사, 수의사, 학원 사업자 등 중에서 연간 수입액이 5억원을 넘는 사업자. 2만명 가량이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검증을 피한 사업자는 가산세(10%)가 부과되고, 세무조사 사유에도 추가된다. 단, 세무검증비용에 대해서는 100%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일정비율을 세액에서 공제해줌으로써 비용 부담은 최소화했다.

하지만, 세무검증제는 결국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의사 변호사 등 세무검증 대상자들이 거세게 반대했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에 동조한 결과였다. 검증 대상을 일부 직종에 한정하면 평등 원칙에 어긋나고, 조세행정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고 논란이 끝난 건 아니다. 정부는 내년 2월 국회에서 세무검증제를 도입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반면, 의사나 변호사 단체 등 이해집단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무검증제 도입만큼은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내년에 양측의 정면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과연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해집단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켜내기 위해 그럴듯한 반대 논리로 포장하고 있는 것 일까. 세무검증제 도입을 주도해 온 기획재정부, 가장 전면에서 나서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 양쪽의 주장을 들어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세무검증제 찬성 "자영업자 30% 이상 소득 탈루"

지난 7월 세계은행은 세계 각 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추정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7년 기준 GDP 대비 29.4%로서 세계 54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경제의 경우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정확한 추정도 불가능한 점을 감안할 때 이 보고서 내용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나타난 사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탈세를 방지하고, 세원을 양성화해 나가는 것은 조세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과표 양성화를 위하여 신용카드 신용공제 확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으며 그 결과 수입금액 파악 측면에서는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업종에서는 수입금액 양성화가 미흡하고, 수입금액이 양성화된 업종에서도 가공경비나 업무무관 경비를 비용으로 계상하는 등 상당한 불투명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세무검증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다.

세무검증제도는 수입금액이 5억원을 넘는 고소득 자영사업자들이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세무대리인으로부터 장부 기장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금년 국회에 소득세법에 반영하여 제출하였으나 찬반양론의 의견 대립이 있어 보다 심도 있는 재논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내년 임시국회로 처리가 유보되었다.

세무검증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자영사업자를 중심으로 과표양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자와 비교할 때 자영사업자의 소득파악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일례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경우 30% 이상의 소득을 탈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무조사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영사업자 1,000명 중 1명꼴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보완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요구되는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들은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는 있지만 장부기장을 부실하게 하는 등 과표 양성화를 저해하는 일부 사례가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납세자가 신고 납부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 세무대리인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런데 현재 세무대리인이 수행하고 있는 기장대리 업무는 납세자가 제시한 증빙에 따라 회계처리만 하는 것에 그치고, 증빙을 확인하는 권한이나 의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세무검증제도를 통해 세무대리인에게 검증 의무를 부여하고 부실검증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지우게 되면 세무대리 업무도 보다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무검증제도의 대상을 전문직 사업자 등 일부에 한정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고 한다. 세무검증 제도는 현금수입업종 등 소득탈루율이 높은 업종을 주요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전문직 사업자를 포함시킨 이유는 전문직 사업자의 경우 일반 국민들이 선망하는 사회 지도층임을 감안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라 보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도록 함으로써 건전한 납세문화를 조성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세무검증 제도가 정착되면 고소득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업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성실납세 풍토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춘호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

■ 세무검증제 반대 "정부 세수 쉽게 늘리려 무리수"

올 한해 정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공정사회’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도입하려는 세무검증제도는 공정성이 크게 결여된 듯하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손 쉽게 과세소득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고안한 제도로 보이는데, 이렇게 특정 직업군만을 대상으로 별도 제재를 가하겠다는 발상은 공정사회 이념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무검증제의 가장 큰 문제는 ‘평등’을 보장하는 우리나라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점이다. 조세의 부과와 징수는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의 납세의무자에게 불리하게 차별되어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조세평등의 원칙’인 것이다.

만약 세무검증 대상이 타 업종에 비해 소득의 탈루혐의가 특별히 큰 불성실 사업자라면 어느 정도 차별할 이유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2005년~2007년 고소득 자영업자 130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평균 소득 탈루율은 40.9%인데 비해, 전문직종은 26.5%로 타 사업자에 비해 오히려 탈루율이 낮아서 전문직종을 타 업종과 달리 차별할 아무런 이유도 찾아 볼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이 수행해야 할 세무검증 업무를 세무사 등 민간인에게 위탁해 시행하겠다는 생각은 특히 이해하기 어렵다. 세무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면 해당 공무원 충원 등 기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납세의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무검증 업무를 세무사 등 민간인에게 수행토록 한다는 것은 국가의 고유책무를 포기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더구나 세수 효과마저 불분명한 세계 유례없는 ‘검증 안 된 검증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 정책적 실효성이 희박한 것이다.

특히 의료업은 건강보험 당연가입제로 인해 일부 비보험 진료분야를 제외하면 건강보험 환자 진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세원이 거의 100% 노출될 수밖에 없는 성실 납세직종이다. 더욱이 신용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행과 신고포상금제, 연말정산 등 이중 삼중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

또한 의료기관들은 기장업무에 대해 기장 수수료를, 소득세 신고 시에는 세무조정 수수료를 각각 지급하고 있는데, 여기에 세무검증 비용까지 부담한다면 이는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징세비용을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물가상승률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저수가로 극심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동네의원들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의사나 변호사는 모두 고소득이니 세금을 세게 매겨도 된다”는 정서가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세정 당국도 이 같은 정서를 십분 이용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의사나 변호사가 곧 고소득자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전문직종의 경우 과거에는 희소성으로 인해 타 직종에 비해 소득이 높았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전문직종 종사자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실직하거나 도산하고 있고, 그 추세가 갈수록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일괄 분류해 마치 대표적인 세금 탈루 집단으로 취급하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이고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도 없는 부당한 조치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소득 전문직종은 따로 없다. 전문직종 중 일부 고소득자가 있을 뿐이다. 또한 고소득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상의 평등권을 박탈당해서도 안 된다. 전문직종이건 고소득자건 모두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보호대상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정함’을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현재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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