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직제표에는 내년부터 그린에너지사업본부라는 새 조직명이 하나 추가로 기입된다. 태양력과 풍력 등 현대중공업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사업군을 전담하는 이 조직은 이 회사가 무려 17년 만에 신설한 본부 조직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회사가 장래의 먹을거리로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라며 "이처럼 중요한 사업을 다른 업종과 함께 관리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돼 본부를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새로운 10년의 첫 해를 앞두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조직 개편은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단행하는 일종의 개혁작업이다. 다시 말해 조직 개편 내역을 들여다 보면 기업들의 중장기적 관심사가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올 연말 기업들의 조직 개편 특징은'신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조직구축'으로 모아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조직개편의 대표적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부동의 세계 조선 1위 업체지만 조선업만으로 미래를 준비하기는 부담스럽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먹거리로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했고 연말 조직개편에서 이를 반영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 역시 이 같은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이다. 3년만에 부활한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과거 구조조정본부나 전략기획실 등 그룹 지배구조에 관심을 뒀던 선배 조직들과 달리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도 구본무 회장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컨센서스미팅에서 '미래 준비'를 가장 강조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이미 '미래형 조직 구축'을 모토로 삼아 컴프레서, 모터, 솔라, 헬스케어, LED조명 등 신 성장동력 관련 조직을 사업부 등으로 확대 개편했다.
KT도 24일 조직 개편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조직인 서비스 이노베이션(SI) 부문을 신설했고, SK C&C 역시 신규 사업에서의 가시적 성과 달성을 책임지는 신규사업본부와 새로운 중장기 신성장 동력 발굴을 담당하는 그린IT사업추진본부를 만들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가 확대되면서 해외시장 개척이나 현지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조직들도 속속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유럽의 신흥시장인 동유럽 등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구주(歐洲)총괄 내에 중동구(中東歐)담당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해 아프리카총괄을 신설한 바 있다. 삼성SDS는 전략마케팅실 내 팀으로 존재했던 해외사업 조직을 해외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LG CNS는 중국법인을 확대하고 중국법인장을 임원급으로 격상시켰다.
앞서 김대훈 LG CNS 사장은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해외 사업에서 거둬 오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세워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도 해외사업의 핵심인 플랜트사업본부를 플랜트사업부와 원자력사업부, 발전사업부로 세분화하면서 각 부문별 전문화, 세분화 체제를 갖췄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조직개편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알려주는 시금석과도 같다"며 "올 연말 조직개편은 신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성장이 우리 기업들의 최대 고민이라는 사실을 또 한번 알려줬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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