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모 자동차업체 중형차를 산 박철민(38)씨는 요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100만원을 깎아 주겠다는 B사 영업사원의 말이 솔깃해 평소 염두해 두었던 A사의 것 대신 B사 차를 샀는데, 1년여 만에 실증이 났다. 결국 차를 중고차로 되팔려고 문의해 보니 신씨의 차는 당초 사고 싶어 했던 A사의 차보다 100만원가량 시세가 떨어져 있었다. 지난해 B사의 새 모델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씨는 "깎아 준다는 말에 맘에 들지 않은 차를 샀지만 전혀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2007년 1월 모 수입업체 중형차를 구입한 신미경(39)씨는 요즘 차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당시 평소 사고 싶었던 차를 연말에 구입하면서 150만원가량 할인을 받고 영업 사원을 통해 각종 상품권도 50만원 정도 받았기 때문이다. 박씨가 선택했던 차는 올해 새로운 모델이 나왔지만 중고차 가격에도 변화가 없다. 유행을 덜 타는 디자인인데다 구형이 더 뛰어난 가속능력을 지녔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1석 2조에 성공한 셈"이라며 "3~4년 정도는 이 차를 계속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말 연시를 맞아 자동차 업체마다 판촉경쟁이 한창이다. 일부 수입차는 모델별로 500만원 가량 깎아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단순히 연식이나 부분 변경이 아니라 곧 완전히 바뀐 새 모델이 나올 경우 할인금액 이상으로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차량은 당장 모델 변경이 예정에 없거나, 무난한 디자인으로 새 모델이 나오더라도 중고차 가격에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통상 4~6년 주기로 완전히 바뀐 모델을 내놓는다.
따라서 구매자의 차 교체 습관이 5년이 넘을 경우, 연말 세일을 평소 원하던 차를 사는 기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차 교체 습관이 2~3년으로 짧은 이들은 모델 변경 주기, 디자인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업체별로 할인 폭을 비교해 본 뒤 원하는 차량을 압축, 직접 판매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며 "판매점에서는 공식 할인 이상의 혜택을 주고, 연초까지 혜택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는 연말을 맞아 5년 이상 된 모든 중고차를 보유한 고객에게 일부 자사 차종 구입시 기본 할인액 외에 차 값의 3%를 추가로 깎아주고 있다. 대상차종은 쏘나타와 아반떼, 제네시스, 싼타페, 베라크루즈이다. 제네시스는 2008년, 싼타페는 2005년, 베라크루즈는 2007년에 출시됐다.
GM대우도 라세티 프리미어와 알페온에 대해 3년 후 중고차값의 50~55%를 보장하는 행사를하고 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구입자에게 내비게이션이나 하이패스 내장형 블랙박스를 무상 장착해 주기로 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2008년에 출시됐고, 준대형 알페온은 지난 9월 갓 선보인 차다.
르노삼성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의 가격을 50만원 깎아준다. 신형 SM3와 뉴 SM5 구입자에게 각각 100만원과 92만원을 할인해 주거나, 금액만큼의 선택사양을 장착해 준다. 뉴 SM5는 올 1월 선보였다.
수입차는 할인 폭이 더 크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데다 재고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렉서스 IS, LS 시리즈에 대해 500만원을 할인해 준다. 혼다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와 시빅 하이브리드 구입자에게 각각 100만원, 300만원 어치의 주유권을 지급한다. 폴크스바겐도 중형 세단 파사트에 대해 375만원 상당의 취득·등록세를 대납해 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도 일부 차종에 대해 5~7% 가격을 깎아 주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다리품을 팔아 직접 판매점에 들려 추가 할인 여부, 향후 모델 변경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 취향에 따라 연말, 연시 할인은 원하는 차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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