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잇따라 사상자 수백명이 발생하면서 '거룩하고 고요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피로 얼룩졌다.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접경지대인 파키스탄 북서부 바주르 지역 카 마을에 위치한 세계식량계획(WFP) 식량 배급소 인근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45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당국자들이 전했다. 당시 식권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살라르자이 부족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사망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부르카 차림의 여성이 수류탄을 던지고, 조끼에 장착된 폭발물을 연쇄적으로 터뜨렸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파키스탄 탈레반운동(TTP)은 자신들이 배후라고 밝혔다. 아잠 카리크 TTP대변인은 CNN과, AFP 등 언론에 "살라르자이 부족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살라르자이 부족은 알 카에다와 탈레반 등이 기승을 부리는 이 지역에서 민병대를 결성, 정부 보안군의 탈레반 소탕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테러는 전날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가 또 다른 국경 지대인 모만드 지역에서 경비초소 5곳을 공격, 군인 11명이 사망한 데 이어 정부군 보복 공격으로 무장세력 40여명이 사망한 뒤 발생한 것으로,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지대에서 이슬람 과격단체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이날 필리핀 남부 홀로섬에서는 성탄절 미사가 진행되는 성당에서 폭탄이 터져 신부 1명과 신자 10명이 다쳤다. 필리핀 군 당국은 이곳이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의 근거지인 점으로 미뤄 알 카에다와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에는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주 조스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7차례 폭발이 발생, 총 32명이 사망하고 74명이 부상했다. 또 동북부 보르노주 마이두구리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보코 하람'의 소행으로 보이는 교회 대상 테러 3건이 발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내년 4월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이슬람 과격단체가 기독교도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유럽 전역에서도 테러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25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소말리아인 12명이 체포됐다. 이들이 소말리아 테러단체 알 샤바브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네덜란드 검찰은 "이들의 체포로 테러 공격을 피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테러 위험의 광범위함을 경고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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