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자 의회 출석을 거부하며 강경대응을 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김명수 서울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대화를 재개하는데 전격 합의했다. 양측이 27일부터 대표단을 구성해 실무협상에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무상급식 대치국면이 극적 타결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시 수뇌부와 시의회 민주당 의원 9명은 이날 낮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나 3시간 가까이 최근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서울시 측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이날 만남에는 오 시장과 조은희 정무부시장, 강철원 정무조정실장, 황정일 소통특보가, 시의회에선 김명수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9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은 의회파행 사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더 이상 시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사태를 연내 마무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양측의 대화 재개가 경기도식 '패키지 딜'로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오 시장이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하는 대신 '오세훈 역점사업'에 대해 시의회가 예산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식이다. 시의회는 오 시장의 핵심사업인 서해뱃길사업(752억원), 한강지천 뱃길조성사업(50억원), 한강예술섬사업(406억원), 어르신 행복타운 사업(99억원)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동시에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증액 신설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한 해석부터 양측이 시각차를 드러내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김명수 위원장은 26일 "오 시장이 자신의 철학과 다른 무상급식을 시의회가 강제조항을 넣어 한꺼번에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한 해에 몇 개 학년 하고 그 다음에 몇 개 학년 하는 식으로 늘려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시교육청과 민주당 구청장을 통해 4개 학년의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데 오 시장이 2개 학년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면 결국에는 임기 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되는 셈 아니냐"며 "그럴 경우 29일 본회의에서 기존 무상급식 조례안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전액 삭감한 주요사업도 사안에 따라서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는 시민편의와도 관련이 있고 노들섬도 서울의 랜드마크나 경제효과를 고려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이 없으며 오 시장이 임기 중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언급했다는 민주당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제안은 우선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에게만 무상급식을 적용하고 순차적으로 확대하자는 의미란 것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6일 무상급식 실시와 관련한 논란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울시와 시의회, 25개 자치구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 '4자 회동'을 제안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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