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10월 일제로부터 조선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侯爵)의 작위를 받은 조선왕족 이해승에 대해 친일행위를 한 점은 인정되지만 재산은 환수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성지용)는 이해승의 손자 이모(71)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제는 조선귀족을 선정할 때 조선왕실 종친을 회유ㆍ포섭의 대상으로 삼아 작위를 수여했다”면서 “이해승이 조선임전보국단에 경성부 발기인으로 참가하고, 국방헌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하는 등 수많은 친일행위를 한 점은 인정되지만, 한일합병에 대한 공로로 작위를 수여 받은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같은 법원 행정7부(부장 이광범)는 손자 이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이해승 소유의 서울 은평구 일대 12필지(공시시가 200억원)의 토지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토지는 이해승이 1913년 국가로부터 받았지만 친일행위를 통해 받은 재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본격적인 친일행위는 작위를 받은 이후부터 있었는데, 작위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친일행위로 규정할 수 없어, 그 토지를 친일재산으로 결정한 처분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해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 5대손으로 한일합병 후에 후작 작위를 받고, 자발적으로 황국신민화 운동을 벌이고자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으로 활동했다.
이에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하고, 그가 취득한 은평구 12필지에 대해 친일재산이라는 결정을 내리자, 그의 손자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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