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진, 우리 영화음악을 만나다> 는 제목의 음반 발매를 자축하기 위해 며칠 전 방은진씨를 비롯하여 영화음악의 여러 분야에서 애쓰는 동지들과 모임이 있었다. 전날의 과음에도 결국은 새벽 4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방은진,>
영화음악가의 입장에서 이 음반의 탄생은 두 가지 점에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하나는 영화음악에 대한 인식과 정의가 분명하여 세간의 오해를 바로 잡는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해외가 아닌 한국의 영화음악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이 두 가지는 상업적으로는 극도로 피해야 하는 악재이다. 흔히 발매되는 영화음악 모음집들이 영화에 쓰인 팝송이나 잘 알려진 대중가요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이 음반은 순수하게 영화를 위해 창작된 연주곡과 주제곡, 이른바 오리지널 스코어를 영화음악으로 정의하고 있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경향 속에서 대중은 한국에도 그런 음악이 있는지 잘 모를 뿐 아니라 기대하지도 않는 현실이다. <방은진, 우리 영화음악을 만나다> 는 한국의 영화음악 작곡가를 총망라해 최근 10년 간 만든 오리지날 스코어를 100곡이나 모아 4장의 세트로 고급스럽게 구성했다. 그 뜻은 좋지만 이 음반이 과연 팔릴까 의문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방은진씨와 음반 제작자는 음반이 잘 팔리지 않는다며 심난해 한다. 방은진,>
나는 창작 영화음악 음반이 안 팔린다는 걸 길고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연주곡 위주로 구성된 순수창작 영화음악 음반으로 3, 4만장이 팔린 <봄날은 간다> 와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10년간 발매된 백수십장의 영화음악 음반을 다 더해도 그 두 장의 판매량을 넘기지 못했다. 음반시장이 거의 무너진 현실을 고려하면 아마도 그 기록은 영구히 보존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음악에 대한 시장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화음악이 지난 10년간 이룬 보이지 않는 성장은 놀랍기만 하다. 현재 방송과 광고 등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아는 음악의 상당수는 이제 외국곡이 아닌 한국의 영화음악들이다.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세계를 누비며 녹음을 하고 재능 넘치는 작곡가들이 경쟁하고 있으며, 수많은 음악 학도들이 영화음악가의 꿈을 키우며 공부하고 있다. 봄날은>
세계적 영화음악가들을 배출한 일본의 경우 영화음악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영화 DVD의 로열티나 방송사용료 징수가 전무할 뿐 아니라 음악 저작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우리 작곡가들의 꿈과 노력은 눈물겹다. <방은진, 우리 영화음악을 만나다> 는 10년간의 성과를 모아 놓은 점에서 기념비적 의미를 가지고 있고 한국 영화음악에 관한 담론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내게는 감사할 따름이다. 방은진,>
문화의 생명줄인 다양성은 돈이 아니라 뜻이 만들어낸다. 사명감을 가진 지사들이 곳곳에 있기에 문화는 다양성을 유지할 수가 있다. 영화도 그렇고 음반도 그렇고 지금 한국의 시장은 한꺼번에 대량으로 밀어 내고 얼마 가지 않아 문을 닫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제작비 규모가 커질수록 뜻있는 사람들의 공간은 줄어든다. 규모가 커질수록 다수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영화나 음악은 더욱 관습적이고 상업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굵고 짧게'라는 유통시장의 논리 속에서 <방은진, 우리 영화음악을 만나다> 가 '가늘고 길게' 음반가게 판매대에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독립영화 전용관에 벽돌이라도 몇 개 보탤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방은진,>
조성우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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