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국내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점진적인 세계 경기의 회복과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의 영향으로 국제 원자재값이 크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도입하는 두바이유 국제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밀 옥수수 콩 등 곡물가격도 치솟고 있다.
국제 원자재발 물가 상승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지역 휘발유 값이 ℓ당 1,900원을 넘어섰고, CJ제일제당이 어제 설탕 출하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밀가루 값도 조만간 10% 이상 인상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빵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그간 억눌러왔던 지하철과 버스, 하수도 사용료 등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텔레비전 수신료, 대학등록금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식품물가 폭등에 이어 공산품 가격과 공공요금까지 들먹거리게 되면 새해 경제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공급 측면 외에도 올해 6%를 넘는 높은 성장률 때문에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 압력은 보통 2~3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내년 이후 본격적인 물가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계약재배 확대를 통한 농산물 수급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통구조 개선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고 농산물 수급도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렵다. 중국 발 인플레이션과 높은 해외 원자재 의존도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설정한 내년 '3% 물가 상승' 목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나 싶다. 정부는 '5% 성장률 달성' 목표에 집착할 게 아니라, 경기와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가격담합 등 불공정 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고 주요 원자재의 비축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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