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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 뇌는 인간 활동과 어떻게 연관돼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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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 뇌는 인간 활동과 어떻게 연관돼 움직일까

입력
2010.12.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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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디디에 뱅상 지음ㆍ이세진 옮김

해나무 발행ㆍ656쪽ㆍ2만5,000원

뇌는 모든 인간 활동의 원천이다. 식욕, 성욕, 감정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문명을 낳은 고차원적인 사유도 뇌가 있기에 가능했다. 인류사에서 오랫동안 블랙박스로 남아있던 뇌는 20세기 후반 비약적으로 발전한 뇌과학(신경과학) 덕분에 그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쉬드의과대학 교수 장 디디에 뱅상이 쓴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 은 뇌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인문학 등 다른 학문분야의 지식과 실생활을 끌어들여 통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1861년 4월 프랑스 외과의사 폴 브로카는 실어증을 앓다 사망한 51세 남자의 뇌를 세밀하게 검사했다. 브로카는 이 남자의 뇌를 부검한 결과 좌반구의 비교적 넓은 부위, 정확하게 말해 세 번째 대뇌이랑 부위에 뚜렷한 손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브로카는 이 부위에서 실어증이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신의 주요한 영역은 뇌의 주요한 영역에 상응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카의 발견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발견으로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신경심리학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이같이 인간이 뇌를 발견해온 역사로부터 시작해 뇌를 구성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탐색하면서 뇌가 먹고 마시고 잠자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부터 감정과 기분, 생각, 그리고 언어와 같은 고차원적인 활동에 어떻게 관련돼 움직이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가령 뇌와 사유의 관계를 보면, 대뇌 피질 표면의 60%는 시각과 관련된 영역으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사유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미지 처리에 관여한다. 실재에 대한 표상인 이미지, 즉 심상은 뇌에 새겨져 있다. 저자가 피레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비뉴말 봉우리를 머리 속에 떠올리는 순간 핵자기공명영상에서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들은 그가 실제로 그 봉우리를 바라볼 때 활성화되는 부위들과 일치한다.

피니어스 케이지는 미국의 철도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모범적인 일꾼이었다. 그런데 폭발사고로 날아온 강철봉이 이마를 뚫고 나가면서 전두엽이 대부분 손상됐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지적 능력이나 언어 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나 게으르고, 술 좋아하고, 거친 농담을 잘하고, 노출 성향이 생기는 등 성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저자는 이 같은 사례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뇌는 분명히 정신적인 능력이 탄생하고 발달하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 능력에는 우리를 선악의 길로 인도하는 능력도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뇌와 영혼의 관계에 대해서는 "영혼과 살아있는 뇌의 활동은 둘이 아닌 하나, 동일한 것이다"라고 한 스위스의 정신과의사 오귀스트 포렐의 관점을 지지하면서 "뇌 없는 영혼이 있는지, 영혼 없이 살아 있는 뇌가 있는지와 같은 문제는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책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뇌 자체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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