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는… 경제는] 달러화 강세에 착잡한 미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는… 경제는] 달러화 강세에 착잡한 미국

입력
2010.12.24 12:01
0 0

● 美 '달러 살포' 약발 무색, 다시 위안화 절상 압박

불과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달러화의 인위적 약세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가을 이후 미국 경제 회복세가 지지부진하자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이후 최근에는 달러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로화뿐 아니라 그 동안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던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로 전환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유로지역의 재정문제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위기 확산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유로화는 휘청거리고 있다. 또 2%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미국의 장기금리가 최근 3%대 중반으로 상승하면서 일본 등과의 금리격차가 확대되자, 상당기간 강세를 보여 온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었다. 물론 일본경제가 연초와 달리 회복세가 주춤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미국 내부로 눈을 돌리면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줄어들고 산업생산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향후 전망이 밝아진 점도 달러화가 약세에서 벗어난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내년도 미국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9%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오히려 상승하였으며,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소비도 미약하나마 늘어나고는 있으나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우려할 만한 것은 물가상승률이 1%대의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까지 줄었다가 최근 3.5%로 다시 확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면 안 되는 것이다. 수출을 늘려 불균형을 시정하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계속 살려야 할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서는 달러화 약세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동병상련 관계에 있는 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촉구해 왔다. 재무부장관, 연준의장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G20회의 등 다자간 협상채널을 통해서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또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일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환율정책 보고서 제출시기를 늦추면서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비추며 압박하고 있다.

의회도 장단을 맞추고 있다. 하원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국가에 대해 보복관세를 자동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달 초에는 상원의원들이 이 법안을 상원에서도 통과시킬 수 있다며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내용의 서한을 중국 정부에 보냈다. 미국이 과거에는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면서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를 고려하여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강한 달러의 필요성을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이런 체면도 던져버렸다.

사정이 이러하니 최근 달러화 가치의 상승은 미국 정부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 등 달러화 약세를 위한 미국의 관심은 중단된 게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위안화는 절상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이 그렇게 천명하고 있고 중국의 물가상승압력도 높아지고 있어 절상을 통한 수입물가 하락 필요성이 있다는 중국인민은행 부총재의 언급도 있었다. 그러나 속도는 미국의 의도대로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는 달리 자본시장 개방 정도가 낮고 자본 유ㆍ출입 통제를 매우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나라이다. 얼마든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통상마찰 격화로 비화되고 경쟁적 보호무역주의로 확대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엄청난 파괴력을 서로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해지고 경상수지적자도 더욱 확대된다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의 속도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면서 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 상황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성병묵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 과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