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의 일원인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이 24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 전에 중재안을 수용할 지 결정하라"고 현대그룹을 재차 압박했다. 때마침 범현대가 그룹들은 중재안을 의식한 듯, 현대상선 증자참여를 속속 포기해 '소송 없이 현대차그룹으로 협상대상을 바꾸는 방향'으로 채권단과 현대차 측의 공동보조가 가속되는 분위기다.
유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경영권 보장을 골자로 한) 채권단의 중재안은 현대그룹 측이 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고 이번 현대건설 매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제안한 것으로, 법원 결정이 이뤄지기 전에 수용 여부가 결정돼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그룹이 낸 이행보증금(2,755억원)도 "법원 결정이 나온 후에는 (채권단이) 돌려주고 싶어도 분위기가 어려워져 결국 소송으로 가게 될 수 있다"며 중재안 수용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조달한 대출금 1조2,000억원이 '브릿지론'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면 감점요인으로 작용해 우선협상대상자 후보자의 순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원이 현대그룹의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 채권단이 현대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의 협상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일정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기업들은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연달아 불참의사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전날 KCC와 현대건설에 이어 이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3,264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이 일제히 유상증자에 불참하는 것은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조달을 돕지 않겠다는 뜻과 동시에 지분율을 떨어뜨려 현대상선 경영권에 관심이 없음을 내비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채권단의 주주협의회 결정도 나오기 전이지만 모든 흐름은 현대건설을 현대차 쪽으로 넘긴다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움직이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현대그룹이 낸 MOU 효력 유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리를 열고 "가급적 연내에, 늦어도 1월4일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도 현대차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넘길지 여부를 결정할 주주협의회를 법원 결정 후 열겠다는 입장을 표명, 현대차와의 협상 여부는 내년 초에나 확정될 전망이다. 이날 법정에 나온 현대그룹측 대리인은 "1조2,000억원 대출이 브릿지론과 유사하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브릿지론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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