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지예산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기폭제가 된 건 “내년 복지예산이 역대 최고”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며 “약 30%에 가까운 예산이 복지에 들어가고, 그 다음에 23% 정도가 교육비, 다음이 국방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혹평을 내놓았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옳은 걸까.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도 복지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1,214억원 늘어난 86조4,000억원.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5조2,000억원 늘어났다. 증가율로 보면 6.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총지출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8.0%, 역대 최대다.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다.
문제는 똑같은 수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복지예산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 경제와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복지제도가 확충되면서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복지예산이 역대 최고를 경신하겠지만, 마치 정부의 대단한 의지가 반영된 것처럼 호도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실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0%대였던 복지예산 증가율은 현 정부 들어 8%대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다시 6%대로 낮아지는 등 추세적으로는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내년 복지예산 증가내역을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법정 의무지출 등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복지예산 증가율은 1%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공적연금 대상자 확대에 따른 자연증가분 2조2,000억원 ▦법정의무 지출에 따른 증가분 6,848억원 ▦보금자리주택 등 주택 관련 예산 1조3,000억원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복지예산 증가액은 8,049억원, 증가율로는 1%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을 복지예산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도 논란 거리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복지예산 특성상 의무지출이 핵심사업인 만큼 의무지출을 빼고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의무지출 사업이라 해도 지원대상과 수준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공적연금이나, 보금자리주택도 노후소득 보장이나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위한 것인 만큼 당연히 복지예산의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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