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미 상원 비준으로 가장 큰 고비를 넘겼지만,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까다로운 장애들이 남아있다. 우선 중거리 전술핵무기는 이번 협정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미국이 재래식무기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완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START협상 미국측 수석대표 로즈 거트뮬러가 "이번 협정은 과도기적인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4, 5년 내에 또 다른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23일 밝혔다.
추가 핵무기 감축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다. 미 상원은 START를 비준하면서 '유럽의 MD 구축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는데, 러시아가 이를 협정위반으로 여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러시아 카네기재단의 게오르그 페르코비치 박사는 "핵무기 완전 폐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점"이라며 "미국은 언제 어디서나 전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러시아는 이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월등히 많이 보유하고 있고 폐기 이후에도 단기간 내 다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점 등을 우려, 추후 전술핵무기 감축협상이 훨씬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FT가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3일 START에 대한 비준이 내년 1월 10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START의 발효는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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