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가난, 암 수술, 자신이 세운 기업에서의 퇴출 등을 거치며 한때 잊혀졌던 IT(정보통신)천재가 부유층 출신으로 줄곧 승승장구하며 자신을 앞섰던 또 다른 천재를 50대가 되어 훌쩍 넘어서는 모습은 그가 내놓은 제품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55ㆍ사진)는 1955년생 동갑이며 오랜 경쟁자였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이 과거 이끌었던 MS를 올해 완전히 따돌렸다. 지난 5월 시가총액에서 앞선 뒤, 3분기 매출에서 무려 40억 달러나 앞서며 명실공히 세계 IT업계의 황제가 됐다.
애플은 비난 IT기업뿐 아니라 세계적인 전자회사, 휴대폰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아이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아이패드를 선보여 태블릿PC 시대를 열었고, 9월 출시한 애플TV도 100만대 판매가 임박했다. “혁신은 앞서가는 자와 뒤따르는 자를 구별시킨다”는 그의 말처럼, 세계 IT업체들을 애플을 뒤쫓아가기 바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의 인물로 잡스를 선정한 데 이어, 2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를 ‘아메리칸 드림(미국인의 꿈)’의 전형으로 꼽았다. 오바마는 “우리는 스티브 잡스 같은 분을 찬양해야 한다”며 “이런 분이 부자가 돼야 하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이미 은퇴하고 사회복지사업을 하며 안락한 생활을 하는 동안, 잡스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라는 듯 세상을 바꿀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화상전화, 신형 카메라가 장착된 아이패드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이패드 다음의 ‘킬러 상품’은 무엇일지, 변화가 빠른 IT의 세계에서 애플이 언제까지 왕좌를 차지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췌장암 수술과 간이식 수술을 받은 비쩍 마른 몸으로 신제품 개발에 모든 것을 바치는 그의 모습은 지나친 깐깐함과 경쟁사를 비하하는 논란의 발언들조차 완벽주의와 열정의 다른 형태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I want to put a ding in the universe)”는 잡스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는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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