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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뉴스메이커] <4> 美외교전문 폭로 파문 어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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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뉴스메이커] <4> 美외교전문 폭로 파문 어산지

입력
2010.12.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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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정치인도 기업가도 사상가도 언론인도 아닌 호주 출신 일개 개인이 올해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강력한 펀치를 먹였다. 4월 미군 아파치 헬기의 이라크 민간인 사살 영상에 이어 7월에는 7만여건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기밀을, 10월에는 이라크전 비밀자료들을 폭로했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수십만건의 미 국무부 외교문건을 까발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역학관계와 비화들이 낱낱이 공개됐고, 미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알 카에다 이상의 테러였다. 이를 주도한 게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39)다.

정의감 넘치는 소시민에 불과했던 어산지는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는 등 명사가 됐다.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크버그에게 1위자리를 내줬지만 온라인투표 성적으로는 압도적인 1위였다. 대중적인 지지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6세부터 해킹을 시작, 31차례나 기소돼 25번의 유죄판결을 받은 전문해커 출신인 어산지는 2006년 내부고발자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다. 정부의 위법행위 등을 막기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미 육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으로부터 받은 방대한 기밀자료를 폭로하면서 위키리크스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어산지의 인생도 격랑에 휩쓸렸다. 무차별 정보유출로 '세계를 위험에 빠트린 테러리스트'가 돼 미국을 위시한 여러 국가에서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폭로 영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엉뚱한 '섹스 스캔들'이었다. 스웨덴 도피생활 중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였다. 합의하에 가진 관계였지만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고 다소 강압적인 방식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스웨덴 법의 희생양이라는 견해와 미국 정보당국이 만든 덫에 걸렸다는 설도 있다. 어산지는 이달 초 영국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보석을 허가받아 런던 근교에 머물고 있다. 현재는 스웨덴 송환에 맞서며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

22일 미국 MSNBC와 인터뷰를 가진 어산지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맞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자신처럼 다른 기자들도 사법 당국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세계가 미 정부가 추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메카시즘', 즉 마녀사냥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세계 언론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어산지는 23일 아랍권 알자지라 등과의 인터뷰에서 곧 정보기관 모사 등 이스라엘 관련 문서 수천건을 공개할 예정이며, 내년엔 세계 각국과 100여개 국제기구가 타깃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 위키리크스 기밀문서 통째로 노르웨이 언론사에 넘어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보유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 25만여건이 통째로 노르웨이 언론사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에 의해 일부 언론에 선택적으로 제공돼온 기밀문서 내용이 어떤 형태로 폭로될지 주목된다.

23일 호주 일간 헤럴드 선에 따르면 노르웨이 경제신문인 아프텐포스텐은 위키리크스가 독점한 미 외교전문 25만여 건을 확보했다. 사실이라면 이 신문은 전체 외교전문을 보유한 유일한 언론이 된다. 위키리크스는 그 동안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스페인 엘파이스, 독일 슈피겔 등과 접촉, 현재까지 1,860여건 정도만 선택적으로 공개해왔다. 그러나 아프텐포스텐이 외교전문 전체를 확보하면서 현재의 제한된 폭로방식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텐포스텐은 외교전문 획득 경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위키리크스 조직 내부에서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레 에릭 알름리드 아프텐포스텐 편집국장은 "우리가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받았는지 말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출처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 문서로 무엇을 할 지는 우리의 자유고, 공개할 수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공개할 경우) 인터넷이나 신문 매체로도 내용을 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럴드 선은 아프텐포스텐이 기자 20여명을 투입해 관련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노르웨이어 신문이어서 어쩌면 아주 당분간 즉각적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위키리크스에 미국 외교전문을 포함한 기밀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독방에 하루 23시간 동안 갇혀 있는 등 고문과 흡사한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유엔이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AP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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