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서 지글거렸던 불교계와 개신교계의 갈등이 임계점에 달한 2010년은 다종교 사회에서의 종교의 역할과 화합 등 여러 숙제를 던졌다. 정부의 4대강사업 반대 운동에 종교계가 가장 앞장서면서 종교의 사회적 참여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고 급기야 천주교계가 내분 양상을 빚기도 했다.
3월 터진 봉은사 사태는 불교계 내부의 힘겨루기 문제가 얽혀 있기도 했지만, 불교계의 정부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이 3월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안건을 전격 통과시키자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여권의 외압설을 주장하며 반발, 적잖은 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불교계와 여권의 관계는 내내 살얼음판을 걷다가 연말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으로 파국을 맞았다. 여당이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되자 조계종 총무원과 중앙종회, 원로회의 등은 일제히 정부 규탄 성명을 내며 “회초리를 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협력을 모색했던 온건파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이는 예산 삭감이 불교계의 자존심을 건드린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불교계의 누적된 불만과 의심에 ‘확인 도장’을 찍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올해 내내 양측의 크고 작은 충돌이 빈번했다. 대구시의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계획은 개신교계가 강력 반발해 무산됐고, 11월 개통된 KTX 울산구간 신설역에 ‘통도사’ 표기 여부를 두고서도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10월에는 젊은 개신교인들이 봉은사에서 사찰이 무너지게 해달라는 이른바 ‘땅밟기’ 기도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부글거리던 불심에 기름을 부었다.
4대강 사업을 두고서도 종교계와 정부의 마찰은 첨예했다. 3월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개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5월에는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사제와 신자 5,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불교계에서도 문수 스님이 5월에 4대강 반대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소신(燒身) 입적했고, 이 충격으로 불교 환경운동을 이끌던 수경 스님이 돌연 잠적하기도 했다.
화쟁위를 통해 4대강 사업 중재를 모색하던 조계종은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계기로 반대 입장으로 뭉쳤지만, 4대강 반대에 팔을 걷었던 천주교계는 오히려 격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자, 정의구현사제단은 “주교단의 합의를 무시한 궤변”이라고 반발했고 원로 사제들은 사상 초유로 추기경의 용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종교가 사회정의 실현에 적극 참여해야한다는 진보적 종교인과, 사회 현안에 중립을 지키고 개인 영혼 구원에 힘써야 한다는 보수적 종교인 간의 뿌리 깊은 시각차가 표출된 것으로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올해도 존경받던 종교계 지도자들이 세상을 떠나 사람들의 가슴에 빈자리를 남겼다. 법정 스님이 3월 11일 향년 78세로 입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유서에서 “말 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며 자신의 저서 절판과 장례의식 간소화를 부탁해 다시 한번 ‘무소유’ 정신을 환기시켰다. 앞서 1월에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쳐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태석 신부가 48세의 나이로 선종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9월에는 서초동 사랑의교회를 개척하고 한국 복음주의 개신교계를 이끈 옥한흠 목사가 향년 72세로 소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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