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터뷰/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美대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터뷰/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美대사

입력
2010.12.23 12:13
0 0

22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와의 인터뷰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첫 언론 인터뷰인 탓에 무거운 주제부터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민감한 한반도 사안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굳건한 한미 동맹에 대한 확신, 북한에 대한 행동 촉구 등 미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애썼다.

_한국군은 20일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앞서 일부 주변국들은 이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연평도 포격 이후 미국은 한국과 굳건히 함께 서 있을 것이며, 이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 한국은 매우 신중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했으며, 20일의 훈련 역시 이해할 만하고, 적절한 행동이었다. 통상적인 훈련인 데다 북한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자기방어 및 주권 차원의 조치였다."

_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직전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국방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등의 담당자들과 접촉하는 것은 전적으로 일상적인 업무다. 때때로 외교와 군사적 문제가 함께 관련된 사안이 있으면 샤프 사령관과 함께 가서 협의를 한다. 그 외에도 지난 한 달 간 이와 관련한 수 많은 회의와 만남이 있었고,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방문이었을 뿐이다."

_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등 미국의 움직임은 매우 즉각적이고 엄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60년 전 피로 맺어진 혈맹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미국의 동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한국과의 동맹은 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다."

_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3대 세습 체제의 구축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몇 가지 원칙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는 대가(consequences)가 따른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에 분명히 하고 싶다. 그들은 이런 행동들 즉 남한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명확히 하고 싶다. 2005년 6자회담의 9ㆍ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약속했던 원칙을 다시 지키는 길이다. 그 길은 아직 살아 있다. 또한 우리는 도발과 이에 대한 보상이라는 순환구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우리는 북한이 2005년 다짐했던 약속을 다시 지키겠다는, 의도의 진정성을 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 역시 그에 화답하는 조치를 취하고 북한과의 관계도 변화시킬 의지가 있다."

_최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 과정을 통해 북한의 말들이 전해졌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아니어서 언론 보도 외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보도 내용대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하겠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북한은 여전히 IAEA 사무실 전화번호를 갖고 있을 것이니 연락하기를 바란다.”

_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오바마 정부 임기 내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분단 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반도에 인간적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이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북한 지도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과거에 했던 약속을 지키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얼마나 빨리 그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_시기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난 낙관주의자이다. 처음 외교관이 되었을 때 내 모든 외교관 경력은 냉전과 함께 할 거라 여겼지만 냉전은 끝났다. 북한 주민들이 다른 미래를 찾을 수 있게 도울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북한의 태도와 행동이 변화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화해를 이뤄내 통일을 포함하는 미래가 한국 민족의 손에 달려 있게 되는 것이다.”

_연평도 사태 이후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강해지며 한반도에 중국 변수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할 역할이 많으며, 우리는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으로부터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_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나. 주한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도 상당수 있어 한국 내에서도 관심이 많다.

“이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외교관의 주요 수단인 믿음과 신뢰관계, 비밀 유지 등의 원칙이 이런 사건으로 손상됐다는 점은 안타깝고 곤혹스럽다. 우리는 이러한 공개로 인해 그 안에 등장하는 개인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란다. 외교전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

_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양국에 모두 혜택을 주는 협정이다. 양국 교역을 증진시키고 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한다. 눈에 보이는 혜택 외에 양국 경제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경우 한국의 성장 가능성이 커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21세기 한미 관계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FTA를 추진해 오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들이 교역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교역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_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논란이 됐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내 정서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상점에 가서 보면 미국 쇠고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가 점차 늘고 있다고 느낀다. 올해는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신호다.”

_한국 교육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정부의 관심과 부러움이 상당하다. 오히려 한국 내에서는 우려도 많은데.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왔을 때 내가 ‘많은 한국인들은 지나친 교육 열기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해줬더니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런 걱정’이라고 하더라. 사실 한국에 살면서 많은 어린 학생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된다. 물론 교육에 대한 열정은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때로는 진정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_만일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한국 학교에 보내겠는가.

“언어 문제를 우선 고민해봐야 하겠지만, 보낼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힘들게 학원에 보내야 하는 상황은 분명 많은 학부모들이 그러하듯 나에게도 심각한 고민을 안길 것이다.”

이태규 기자

진성훈 기자

■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9월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캐슬린 스티븐스(57) 대사는 한국 도착 성명에서 "안녕하십니까? 심은경입니다"라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자신이 직접 한글로 작성한 성명이었다. 한미 수교 후 첫 여성 미국 대사라는 점도 특기할 만했지만 그보다는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에서 풍기는 한국과의 인연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75년 미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한국 이름은 당시 동료 교사가 지어줬다. 스티븐스와 비슷한 발음의 '심'이 성이 됐고, 은경은 당시 흔한 여성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후 78년 주한 미 대사관이 실시한 시험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로 들어섰고, 이후 여러 나라를 돌다 84년 한국에 돌아와 87년까지 주한 미 대사관 정무팀장으로 일했다. 2005년 6월부터 2007년 7월까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수석 부차관보로 일하며 북핵 문제 등에 직접 관여해 6자회담 등 한미 현안에 폭넓은 식견을 갖추고 있다.

대사관 집무실 벽에는 그가 70년대 손수 찍었던 사진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 전통 그대로의 초가집 등 한국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는 그의 한국 사랑은 외교적 수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한국의 산과 들을 찾아 '자전거 외교'를 펼치고, 유창한 한국어, 한글에 대한 사랑으로 한글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대사 부임 이후 한국에서의 생활과 느낌 등을 소개하는 블로그(cafe.daum.net/usembassy)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올린 글 등을 모아 최근 에세이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를 출간했다. 지난 10월 미 외교관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고위직인 경력공사로 승진했다.

진성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