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은행세(거시건전성 부담금)에 대해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급격한 외화유출입을 막고 단기외채를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기채권에까지 부과하는 것은 외채 만기를 장기화한다는 정책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차입에까지 (은행세를) 부과하는 데 대해 은행 실무자들 사이에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 부분은 정부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부과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단기외채에는 0.2%, 중기외채에는 0.1%, 5년 이상 장기외채에는 0.05% 가량의 은행세율을 예시한 바 있다. 신 회장의 이날 발언은 단기 위주의 외화차입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만큼 은행권이 은행세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장기차입에 대한 과세는 불필요한 부담으로 이어져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단기외채를 줄이려는 게 목적이라면서 굳이 장기외채에까지 부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또다른 관계자도 “외채 총량을 규제하는 것이라면 은행뿐 아니라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이 자체로 발행한 외채에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팀장 역시 “단기차입 비용(금리)이 장기차입보다 현저히 싼 상황에서 은행들이 단기외채에 0.2%를 부과한다고 해서 단기외채를 장기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부 방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게다가 장기차입에까지 은행세를 부과하는 것은 단기외채를 줄일 유인을 더 희석시킨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반발에 대해 당국은 “외화가 유출될 때는 장단기 구별 없이 전체 외채 비율이 문제가 된다”는 논리로 장기 외채에 대한 부과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기업은 제외하고 은행권 차입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에 대해서도,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은 정부가 보유외환으로 막아 줘야 하지만 기업은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지방은행이 국내 대형은행으로부터 빌린 외채에 대해 과세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중과세’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번 들어온 외화가 국내에서 돌고 도는 것뿐인데 그때마다 세금을 붙이는 것은 과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정부는 여전히 과세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지원목적으로 장기 차입이 많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역시 이번 은행세 부과로 실질적 차입비용이 높아졌다면서, 반발하는 분위기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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