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그제 발표한 2011년 재임용 대상 법관 180명에 대한 평가 결과는 '평가'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대상 선정부터 평가 방식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평가를 큰 성과라도 되는 양 언론에 알린 변협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위한 법관 재임용 적합성 평가인지 모르겠다. 혹 법조계에서 변협의 위상과 존재감을 과시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이 앞섰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평가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변협의 법관 재임용 적합성 평가를 이해한다 치자. 그렇다면 엄정한 평가를 위해 과학적, 체계적 방식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변협의 법관 평가 결과는 아무리 뜯어 봐도 평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전체 소속 변호사의 1.4%인 15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는 결코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내년 재임용 대상이 아닌 97명의 법관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아예 설문 평가의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한 평가 결과를 조사 대상 법관의 실명과 함께 공개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변협은 잘못된 평가 결과의 공개로 실추된 법관들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변호사의 법관 평가가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변호사는 재판에서 한 쪽 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변호사의 법관 평가는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재판 활동을 위축시키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평가가 '막말 판사'를 걸러내려는 것이라면 집단적 평가보다는 차라리 그때그때 법관 부적격자를 신고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변협은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만 찾는'우를 범해선 안 된다. 변호사 업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변호사가 42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 증가했다. 변협은 변호사들의 직업 윤리의식부터 높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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