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을 포함한 일부 쇼트트랙 코치가 전국 규모의 중ㆍ고교 쇼트트랙 대회에서 선수의 입상 순위를 미리 정해놓고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경찰에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월 성남시장배 전국 중ㆍ고 남녀쇼트트랙대회에서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3학년 제자들을 입상시키기 위해 경기 결과를 짜맞춘 혐의(업무방해)로 국가대표 출신 유명 코치인 이모(45)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한 승부조작에 가담한 송모(36)씨 등 다른 코치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해당 대회 500m와 1,000m 등 4개 개인 종목에서 가위바위보로 미리 입상순위를 정해 대상선수들이 이에 맞춰 달리게 하고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기권토록 하거나 속도를 늦춰 달리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승부조작을 거부하는 일부 코치에게 "경기 도중에 밀거나 넘어뜨려 제자에게 부상을 입히겠다"고 협박하는 가 하면 조작에 가담한 코치에게는 비밀유지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부 학부모와 대회 관계자가 조작이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관계자는 "이씨가 범행을 주도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쇼트트랙은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승부담합'시비가 불거져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정수와 곽윤기가 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대한빙상경기연맹 집행부는 전원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연맹은 이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기존 '오픈 레이스'(한꺼번에 경기해 등수를 매기는 방식)에서 '타임 레이스'(일정 구간의 통과 속도를 겨루는 방식)로 바꿨으나 그 외 다른 경기는 적용이 안 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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