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의 현대ㆍ기아차 공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약진하는 것을 보고 가슴 뿌듯했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7.8%로 예상된다고 한다. 미국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13대 중에서 1대가 우리나라 차라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차는 더 이상 값싼 차가 아니다. 신형 소나타의 가격은 일제 도요타 캠리 보다 결코 낮지 않다. 중고차 가격이 항상 문제였는데, 그 것도 일본차의 턱밑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미국인들에게 '일자리 축복'
필자가 1986년 미국에 공부하러 갈 때, 현대차 엑셀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미국에서 한국산 차가 다니는 것을 보고 가슴 뭉클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대차가 값싼 브랜드인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의 광고 카피는 'the car that makes sense'였다. '가격 대비 괜찮은 차'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은 'new thinking, new possibility'이다. 자동차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포부에 찬 내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다. 첫째, 미국의 주정부가 현대차와 기아차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토지 수백만 평을 거의 무상으로 장기임대 혹은 소유권 이전을 해주었고, 도로 철도 용수 등의 인프라 지원은 기본이었다. 공장 옆에 위치한 직업훈련원을 주정부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앨라바마주 몽고메리시의 공무원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알면 월 400 달러의 수당을 더 받는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다 일자리 때문이 아니겠는가. 현대차는 30만대 생산을 위해 현지인 3,000명을 고용한다.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가 만들어 내는 일자리는 이것의 2배에 달한다. 기아차가 현재의 연 20만대에서 30만대 생산으로 확대하면서 추가로 1,000명을 채용하는데 4만5,000명이 몰렸다고 한다.
현대차가 위치한 앨라바마주나 기아차가 위치한 웨스트포인트라는 도시는 모두 과거 목화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전통 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많은 가난한 지역이 되었다. 이런 곳에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장이 들어온다는 것은 주 정부와 주민들에게는 축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웨스트포인트의 한 주민은 '기아차를 우리 마을에 보내 준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집 앞에 써 붙였다. 앨라바마 주는 1인당 소득이 미국 50개 주 가운데 48위였으나,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이후 41위로 상승했다.
둘째, 미국 노동자들의 작업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표정이 활기찼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상대적으로 좋은 근로조건의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기쁜 듯했다. 작업장내 규율도 잘 정립되어 있었다. 산업안전 지침을 어기거나 업무성과가 계속적으로 좋지 않을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작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환경 개선 시급
일 잘하는 근로자도 주먹질 한 번 잘못하면 해고되지만, 만년 성과가 저조한 근로자는 내보내기 어려운 것이 한국 기업의 현실이다. 심지어 현대차는 영업직 사원이 1년 동안 차를 판 실적이 거의 없어도 해고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노조의 압력 때문에 임금에서도 미미한 차이 밖에 둘 수 없다.
현대ㆍ기아차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SK에너지 LG화학 두산중공업 등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글로벌 수준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우리 기업들이 국내 공장에 더 많이 투자하고, 외국 기업도 국내로 많이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자리 대책임을 되새기게 된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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