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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13> 동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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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13> 동지 음식

입력
2010.12.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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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싯귀가 절로 나오는 낭만적인 동지가 지났다. 절기마다 해먹는 음식이 있는 것은 우리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하얀 새알심이 들어간 빨간 팥죽을 먹어야만 동지를 보낸 것처럼 중국 남방지역에서는 찹쌀팥밥과 탕위안(湯圓)을 먹는다. 탕위안은 우리 팥죽과는 반대로 새알심을 좀더 크게 하여 그 속에 팥앙금을 넣어 만든다. 이 경단을 뜨거운 맑은 탕에 넣어 끓이면 동동 뜬다. 그럼 이것을 국물과 함께 먹는다. 먹을 때는 입이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 흰 경단을 후후 불어가면서 먹으면 온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며 추위를 녹여준다.

옛날에 공공씨(共工氏)의 아들이 악행만 하다가 동짓날 죽은 후 악귀로 변해 백성들을 해코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악귀는 붉은 팥을 무서워하여 사람들은 동짓날이면 팥밥을 먹어 이 악귀를 피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동지에는 팥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북방지역에서는 동지에 훈툰(餛飩)을 먹는다. 훈툰은 피가 아주 얇아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물만두같은 것이다. 중국 속담에 “동지에 훈툰 먹고 하지에 국수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전하기로는 한나라 때 북방의 흉노 중 혼씨(渾氏)와 둔씨(屯氏) 두 수령이 쳐들어와 백성들을 못살게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을 너무 미워한 나머지 만두 속에 고기를 넣어 이들 이름을 붙여 아작아작 먹은 데서 유래했다. 나중에 밥 식(食)자의 부수를 더하여 훈툰(餛飩)이라고 쓰게 되었다. 

만두를 먹는 풍속도 있다. 의성(醫聖)이라고 칭해지는 장중경(張仲景)이 창사(長沙) 태수를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은 몹시 추운 동지철이었다. 자신을 맞이하는 많은 고향사람들이 추위에 귀가 모두 동상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장중경은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동생에게 천막을 치게 한 후 양고기와 고추, 그리고 약간의 한약재를 넣어 푹 익힌 후 귀모양 만두를 빚어 사람들에게 먹였다. 이를 먹고 사람들의 귀가 나았다. 그래서 동지가 되면 이를 본받아 ‘언 귀를 만들다’는 뜻인 녜둥얼둬(捏凍耳朵)라는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지금도 북방지역에서는 동지에 만두를 먹어야 추위에 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우리와 다른 음식은 동지에 개고기를 먹는 것이다. 한나라 유방이 동짓날 번쾌네 집에 가서 개고기를 먹은 데서 유래하였는데 사람들은 이날 보양식을 먹음으로써 다음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sal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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