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왈, 그때 이르러 비로소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게 되는 일이 없게 됐다 했다. 에 그렇게 썼다. 공자의 ‘그때’는 나이 40세다. 그래서 사람들은 40세를 불혹(不惑)이라 부른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란 뜻이다.
하지만 공자 아닌 범인(凡人)들은 마흔에도 여전히 흔들린다. 아니, 전보다 더 흔들린다. 아예 주저앉아 펑펑 울어버리고도 싶다. 세상 40년이나 살았는데 뭐 했나 싶다.
얼마 안 남은 올해를 유난히도 붙잡고 싶은 이 땅의 평범한 서른아홉들(1972년생)을 2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심정이 어떠냐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불혹을 치열하게 치러낸 인생선배들이 귀를 기울였다.
40세는 성공통의 절정기
양승덕 미디컴 팀장: 스스로 쫓기는 것 같아요.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랄까. 직장에선 팀원들이 팀장인 저에게 뭔가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것 같고, 부모님도 나이 드셔서 이것저것 바라시는 게 보이고…. 큰 애는 외교관, 둘째는 로봇과학자가 되고 싶대요.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떻게 뒷바라지해야 하나 싶고….
기다렸다는 듯 양 팀장이 말문을 연다. 옆에서 고성주 디자인스튜디오203 실장이 거든다.
고 실장: 책임감이란 말이 더 무겁게 다가와요. 30대 됐을 때도 비슷한 감정적 변화가 있긴 했죠. 하지만 지금이 훨씬 심해요. 결혼이 늦어서 아이가 아직 어린데, 직장생활을 언제까지나 할 순 없을 테고, 앞으로 살 날이 많은데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죠.
내년에 불혹이 되는 직장남들의 공통점이다. 숫제 고민 보따릴 떠안고 산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고민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주위에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만한 뭔가를 내놓고 싶다. 인생선배로 합석한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가 그게 ‘성공통’이라고 일러준다.
박 교수: 위에 잘 해야 하고, 아래도 챙겨야 하고, 자기 중심도 잡아야죠. 그때가 원래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갑니다. 성공통은 30대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좀 다르죠. 30대 땐 주어진 일을 열정적으로 120% 해내며 성공통을 이겨내지만, 40대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주변에 베풀어야 자신에게도 성공이 돌아온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베풂이 성공통을 극복하는 계기도 되죠.
고 실장: 친구 소개로 프랜차이즈업 설명을 들으러 갔었어요. 적은 돈으로도 시작할 수 있겠던데요. 근데 막상 뛰어들자니 두려운 거죠. 멀쩡하게 회사 다니다 때려치우고 창업하겠다며 요리학원 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바닥부터 다시 배우겠다면서요. 그 용기가 솔직히 부럽습니다.
박 교수: 많은 사람들이 전직(轉職)에 대해 전에 하던 일과 딱 단절된 걸로만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실제론 쌓아온 경험이나 지식, 인맥을 기반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아요.
40년 열심히 살아왔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 새로운 일을 할 준비는 갖춰져 있다는 소리다. 마흔 들어서기 전에 자신의 경험과 일, 지식을 긍정적으로 한번 돌아볼 일이다.
불혹의 절친은 누구
전업주부 정은주씨는 마흔 되면 둘째까지 학교에 보낸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했다.
정씨: 마흔 되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직장 다니는 친구들 보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큰 애한테 사춘기가 오는 것 같아요. 여전히 애들 곁엔 엄마가 있어야겠단 생각 때문에 쉽사리 일거리를 찾진 못하고 있죠. 아직 미혼인 동갑 친구들은 이런 고민도 부러워하네요.
마흔 될 엄마의 고민에 마흔을 지내본 엄마 김용연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은 만학(晩學) 경험담을 내놓는다.
김 연구원: 미국 유학 가서 첫 애 낳고 뒤늦게 박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당연히 주변에선 사서 고생이라며 말렸죠. 둘째는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임신했어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힘든 시기마다 아이를 낳은 셈이죠. 육아 때문에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40대는 오히려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니까요.
진심 어린 조언이 통했는지 후배들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맘에 담아둔 계획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정씨: 어릴 때부터 기타를 치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애 낳고도 그 마음이 안 없어지고 오히려 점점 욕심이 생겼어요. 30대까지 놓쳤으니 이젠 진짜 시작하고 싶어요.
고 실장: 마흔 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게 공부였어요. 산업미술대학원에 지원해 얼마 전 합격했습니다. 내년 봄에 입학해요.
이런 시도들, 개인적인 것 같지만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부부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박 교수: 30대까진 각자의 일을 하느라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기 어렵죠. 위해주고 싶은 마음도 어느 새 일상에 묻혀버려요. 이럴 때 변화?필요합니다. 우리 부부도 아내가 30대 중반에 공부를 시작하고 마흔 가까이 새 직장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얘길 많이 하게 됐죠.
양 팀장: 아내가 저더러 하숙생 같다 해요. 자길 어떻게 생각하냐 묻길래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둘러댔죠.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고 실장: 40대를 바라보면서 많이 드는 느낌이 외로움입니다. 학창시절엔 속내를 다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는 그렇게 못하겠고….
마흔 전후로 사람들은 자신의 인맥이 달라졌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옛 친구들과의 모임은 점점 줄고,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과의 만남은 잦아진다. 인간관계의 폭은 넓어졌어도 깊진 않다.
김 연구원: ‘절친’을 만드세요. 친한 친구를 직장 안에 한 명, 비슷한 분야의 다른 직장에 또 한 명 만들면 40대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거에요.
마흔은 내비게이션, 그리고 전망대
인생 전체를 사계절로 치면 40대는 가을쯤 될까. 마흔을 보내는 사람들이 슬럼프를 겪는 게 인생의 가을을 타기 때문일까.
양 부장: 올 가을 슬럼프가 심했어요. 내년에 불혹이라 생각하니 생각만 많아지면서 일은 하기 싫고 무기력해졌죠. 내비게이션이 필요해요. 내가 어디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박 교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보세요. 40년 살면서 슬럼프는 여러 번 있었을 테고, 그때마다 분명 어떻게든 풀었을 겁니다. 그 해결법을 되살려보세요. 40세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나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다른 이들에게 내비게이션이 돼줄 수도 있는 나이죠.
김 연구원: 미국 있을 때 그랜드캐니언을 갔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전망대에 차를 세웠어요. 좀더 가면 더 좋은 경치가 있는데 전망대에서 머뭇거리다 보면 놓치죠. 마흔이 그 전망대 같아요. 마흔에 너무 연연해하지 마세요. 시간이 더 가면 더 좋은 일들이 있을 테니까요.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불혹 이야기’에 함께 한 사람들
멘토
● 박영일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공무원 27년 넘게 했다. 공직시절 박 교수가 자리를 비우면 직원들은 동해바다로 갔단다. 고민이 생기면 무작정 차 몰고 동해로 가 몇 시간 동안 내리 바다를 바라보던 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그만의 스타일이었다. 경영학을 공부했고,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냈다. 1958년생.
● 김용연 국립암센터 소아암연구과 책임연구원
40대라는 걸 마흔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실감한다는, 곧 50대가 된다는 게 설렌다는 여성과학자. 직장선 무시무시한 암과 싸우는 전사로, 퇴근 후엔 대학생 고민 들어주는 다정다감한 멘토로 산다. 11월 이공계 여학생 멘토링 기관 WISE로부터 ‘올해의 멘토상’을 받았다. 1946년생.
멘티
● 고성주 디자인스튜디오203 실장
잡지나 광고지 같은 인쇄물을 멋들어지게 꾸미는 편집디자이너. 세 살짜리 딸 재롱에 행복하면서도 책임감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새로 시작할 대학원 공부도 걱정이다. 이날 모임 후 ‘40대는 즐겁다’고 최면을 걸기로 했다.
● 양승덕 미디컴 팀장
홍보업무만 8년, 뼛속까지 피알맨이 되고 있다. 요즘 누군가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한 마음을 편히 털어놓고 조언 듣고 싶다고. 남몰래 불혹을 앓는 중이다. 마흔 되면 숙원인 지리산 종주, 꼭 해봐야지.
● 정은주 가정주부
삼성캐피탈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다 첫 아이 낳고 낸 육아휴직이 퇴사로 이어졌다. 회사엔 미안하지만 아이에 욕심이 생겨서였다고. 사업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이 안쓰럽다. 마흔 되면 친구들과 마흔 파티 한번 할 생각이다.
precare@hk.co.kr
■ 30·40대 "재산증식" 50대 "건강" 꼽아
연말이면 올 한해 이루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며 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자신의 나이에서 꼭 하고 싶은 목표, 후회스러운 고민은 무엇일까? 는 온라인몰 옥션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15~21일 “당신의 연령대에 꼭 하지 않으면 아쉬운 일이 무엇입니까”를 물었다.
20대 이상 응답자 8,999명(남 4,657명, 여 4,342명)이 꼽은 꼭 하고 싶은 일 3가지 중에 거의 모든 연령과 성에서 공통된 것이 ‘10억원 만들기’나 ‘내집 마련’과 같은 재산 모으기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의 여행’을 포함한 세계일주하기였다. 재산증식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포석과 인생을 즐기며 살겠다는 꿈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여가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소득이 증가하고 선진화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추세지만, 그럴수록 돈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바람
연령별, 성별로 나눠보면 20대 남성은 ‘결혼’(43.7%·이하 3개 중복응답), ‘재산증식’(38.7%), ‘친구 만들기’(34.9%)를 꼭 하고싶은 일로 답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세계일주’(46.7%)가 1위여서 대조적이었고 친구 만들기(37.5%)와 결혼(32.9%)이 뒤를 이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결혼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30, 40대로 가면 남녀 모두 재산증식(55.2%, 51.9%)이 최고의 인생 화두였다. 30대 남성에게 결혼(44.4%)은 여전히 중요한 고민인 반면 30대 여성에게 결혼(27.6%)은 세계일주(37.9%), ‘건강’(32.4%)의 뒤로 밀렸다. 30대 여성은 이미 결혼한 응답자가 많으리라고 분석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한 의지가 과거보다 낮은 것은 분명하다.
50대부터는 30, 40대와 달리 남녀 모두 쇠약해지는 건강(53.0%, 50.2%)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다. 2, 3번째는 세계일주와 재산증식으로 남녀의 생각에 차이가 없었다.
남성은 성공, 여성은 쇼핑 우선
성별 차이를 보이는 응답은 사회적 성공과 쇼핑에 대한 욕구였다.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은 ‘사회적 성공’을 응답 중 각각 5번째(23.9%)와 4번째(26.1%)로 두었지만 여성은 5위 이내로 성공을 꼽지 않았다. 반면 ‘왕창 쇼핑하기’가 20대 여성(29.6%)과 50대 이상 여성(22.2%)의 5번째 하고 싶은 일로 꼽혔다.
이밖에 ‘일을 때려치겠다’나 ‘너랑은 못살겠다’ 같은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현되기를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겠다’는 응답의 경우 30대(남 16.9%, 여 9.5%), 40대(남 15.8%, 여 8.5%) 등 10위권 안팎에 머물렀다. ‘현재의 애인 또는 배우자와 헤어진다’는 응답은 전 연령, 성별에 걸쳐 최하위였다.
50대를 제외하고는 유서를 쓰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40대의 경우 ‘유서쓰기’는 5% 이하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지만 50대 이상이 되자 남성은 13.1%, 여성은 18.7%에 달하며 중위권으로 올라섰다.
한편 닐 로즈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1989년과 2003년 사이 모든 연령대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만약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를 조사한 설문에서는 학업이 32%로 단연 1위였고 이어 직업(22%), 배우자(15%) 자녀교육(1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40대는 반려자와의 대화가 어떤 심리치료보다도 효과적"
어느 나이라고 인생의 무게가 가벼우랴. 앞날 창창한 20대도, 인생 마무리를 생각하는 80대도 저마다 추를 안고 한 해를 보낸다. 한 살의 나이만큼 성장하고 상실한다. 저무는 해가 아쉬움을 넘어 두렵고, 돌팔매를 해서라도 나이 한 살 끌어내리고 싶을 지경이면 그 인생은 곧 방황이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인 정남운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교수는 “연령을 불구하고 나이를 먹는 것은 곧 상실감과의 싸움”이라며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지 말고 베풀 줄 안다면 그것이 성숙하게 나이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유아기의 흔적을 벗어나는 상실감”이라고 규정한다. 배고프면 엄마가 젖을 물려주는 유아는, 엄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 세상(엄마)이 다 해준다는 자기중심성, 전지전능성에 빠져 있다. 그러다 커 갈수록 나는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다. 성인의 심리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내 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 내 배우자는 나를 위해 존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얻은 깨달음이란 생각대로 되는 게 없다는 사실뿐이다.
특히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는 40대는 갈등의 시기다. 체력은 떨어지고 친구의 돌연사를 보며 처음으로 죽음을 실감하고, 직장과 가정에서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한편, 모르는 신지식에 떠밀리는 상황도 닥친다. 청춘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생포부든 사랑이든 ‘현실적 수정안’만 남아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부와 지위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다. 그러다 보니 부부 자녀 친구 등 가까운 인간관계가 틀어지고 방황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 교수는 “나이 드는 것에 당당하려면 포기할 건 포기하되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좋은 것이 많다, 내가 가치 있는 뭔가를 하고 있다고 자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려면 아직 시험해 보지 않은 나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발견할 것은 새로운 취미생활이나 봉사활동일 수도, 바빠서 잊고 살았던 친구나 대화가 끊긴 가족일 수도 있다. 세속적 가치관이나 평가를 100% 외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여기에 목매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그래도 40대는 아직 문제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남아있는 때”라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내팽개치고 살아야 하는지를 곰곰이 돌이켜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특히 인생 반려자와의 굳건한 관계를 형성하고,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떤 심리치료보다 효과적”이라며 “필요하면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한다. 독신이라면 배우자를 대신할 친구나 동호회 등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
세월은 나를 버려도 연륜은 상실을 관조하고 수용할 힘을 준다. 발달심리학자들은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배려심을 성숙한 인생의 중요한 지표로 꼽는다. 남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완벽해야 한다는 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한번 더 고려할 줄 아는 것, 나보다 더 못한 이를 위해 베풀 줄 아는 것은 오랜 세월을 살고 나서야 비로소 얻어진다. 베품과 봉사의 효용은 높다. 받는 이보다 주는 이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이만 먹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허무한 거냐고 발버둥치기 전에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부터 돌아보라. 그러면 세월은 내 친구가 되어 손을 잡고 함께 갈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