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미성년자를 윤간한 혐의로 기소된 20대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적용된 혐의로 판단할 때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어서 무죄”라는 입장이나, 검찰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상태였음을 확신한다”며 공소장을 바꾸지 않은 채 항소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유상재)는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특수준강간)로 기소된 백모(22)씨 등 20대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나이 어린 소녀이고 음주를 한 사정은 인정되나 심리적, 물리적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 소녀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성관계 후 혼자 옷을 입고 여관 밖으로 나와 백씨 등으로부터 차비를 받아 집에 간 점 등을 볼 때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씨 등은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4시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김모(당시 12세)양 등을 군포시 한 여관으로 데려가 왕 게임(왕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는 게임) 벌칙으로 폭탄주를 제조해 마시게 한 뒤 차례로 김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기소 당시 피의자들은 모두 자백을 했는데 법정에서 혐의 사실을 부인했고, 증인들도 진술을 번복했으나 검찰은 항거불능상태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른 혐의도 검토했으나 피해 학생이 나이를 속였고, 가해자들 역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리 검토를 충분히 마친 뒤 가장 적합한 혐의로 기소한 것이고, 적용 혐의를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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