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향후 7년간 미러 양국의 전략적 핵탄두를 약 30% 줄이기로 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찬성 71, 반대 26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22일(현지시간) 비준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핵무기 없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섰을 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 등 핵개발을 추진하는 ‘불량국가’에 대한 국제적 압박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새 협정은 전략적 핵탄두를 기존 협정이 양국에 각각 허용했던 2,200기에서 1,550기로 줄이고 잠수함, 장거리미사일 등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운반수단도 각각 총 700기(비축분 포함 800기)로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기존 협정에서는 서로 협약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실효성 문제가 있었던 것을 감안, 상호 감시체제도 확립하기로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비준안 가결 직후 “미 상원의 START 비준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세계 핵탄두의 95%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러 양국의 새 감축협정이 비준됨에 따라, 전세계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 협정을 통해 북한과 이란에, 국제사회가 탈법적으로 핵을 개발하려는 국가의 핵 야욕을 억제하는데 단결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제3세계 핵 개발국들은 국제사회의 핵폐기 압박에 반발하는 논리의 하나로 “미국 등은 다량의 핵무기를 가져도 되고, 우리들은 왜 안되느냐”고 주장했고, 실제 미국 등의 이중잣대는 핵확산방지의 큰 장애물이기도 했다.
2012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의 가시적 성과도 기대된다. 5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핵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들의 추가 핵감축 노력과 함께 북한, 이란 등 ‘불량국가’에 대한 구체적 압박과 제재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전망이 비관적이었던 이번 협정의 미 상원 비준은 설득과 소신 투표로 상징되는 미국 특유의 의회정치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별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적극적 설득에 나섰고, 상당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당론을 따르지 않고 소신대로 투표했으며 당은 이를 막지 않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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