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공기업에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연공 서열에 따라 인사를 하고 연봉을 정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히 성과에 따른 인사와 연봉을 단행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22일 인사를 단행하면서 홍보실장(2급)에 두 단계 낮은 4급 팀원을 발탁했다. 3급 팀원을 간부에 앉힌 적은 있지만 4급을 팀장에 발탁한 것은 공사 발족이래 처음이다. 석탄공사는 또 41개 간부 자리(1급 7개, 2급 34개)를 공개 모집을 통해 뽑았다. 지난해에는 3개 직위만 공모했다.
본사 간부직 중 기획조정실장, 생산안전팀장 등 1급 직위의 절반을 2급 직원 중에서 선발했고, 경쟁에서 떨어진 1급 간부 3명은 2급 직위, 팀원으로 발령했다.
석탄공사는 직무 성과와 업무 역량이 낮은 저성과자에 대한 특별관리 방안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는 일반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평가에서 하위 5%에 속하는 그룹에 대해선 능력회복 기회를 주고 여기서도 일정 정도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퇴출하는 식이다.
KOTRA는 이날 내년부터 부·처장(1~2직급) 간부직에 적용해 온 연공주의 연봉등급제를 없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창사 이래 49년간 간부직에 적용해 온 근무 연한에 따른 연봉 등급표가 사라지고 전년도 평가에 따른 성과급 연봉제가 도입된다. KOTRA는 2001년부터 전 직원에 대한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연봉 책정에 근무 연한을 반영하는 연봉등급표를 유지했다.
KOTRA 관계자는 "그 동안 상위 10%, 하위 20%를 빼고 나머지 70%는 연봉에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이번 개편으로 간부 180여명이 기본연봉 차등인상 제도 대상이 되고 5등급으로 세분화 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전력은 올해 인사에서 실적 평가(하위 30%), 징계 등을 반영한 청렴도 평가를 통해 32명을 '지점장(2급) 보직 부적격자'로 정해 지점장 승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또 지점장에 지금껏 가장 많은 18명의 3급을 발령했다.
앞서 한국석유공사는 연속 2년 동안 저성과자,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평가되면 기본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성과 연봉을 아예 지급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퇴직을 유도하는 '민간기업형 퇴출 및 성과 보상제'를 도입했다.
공기업들의 성과 위주의 인사, 연봉 책정 분위기에 대해 "철밥통, 복지부동 등 나쁜 이미지 속에서 정체된 공기업들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권혁주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지나치게 계량화한 지표만으로 파격적으로 인사와 연봉 정책을 펴는 것은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조직 내 지연, 학연, 파벌 등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한 질적 평가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원 모두 지표만 쫓는 데 열중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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