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놓고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가운데 중국 어선 침몰 사고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한국과 중국간 외교 갈등이 다 갈래로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와 중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와 9ㆍ19 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라 핵을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경수로 발전이라는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북한의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측의 주장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9ㆍ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다하고 난 뒤 핵에너지의 평화적 권리를 갖는다고 돼 있다”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핵 활동은 9ㆍ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한국과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도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조속히 6자회담 재개 국면으로 전환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ㆍ미국ㆍ일본 등 3개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가 협상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며 “NPT 복귀를 통해 핵을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고 NPT에 들어가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고 그 다음에 NPT 가입이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감시 등의 조건을 수용해야만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에서 대다수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추진하자 중국은 이를 저지하는 등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중국 어선 침몰 사고는 원인을 불문하고 한중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와 공동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한 포석이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한중간 외교 문제는 국제정세와 함께 중국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빅2’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파워게임이 거세진 것이 기본적 요인이다. 또 2012년 출범할 중국의 제5세대 집단지도체제를 앞두고 중국 지도층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면서 ‘정통성’과 ‘선명성’ 경쟁이 벌어져 미국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도 겨냥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북한을 편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영국의 국제문제 연구기관 채텀하우스의 중국 전문가 케리 브라운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서 “2012년 구성될 중국의 제5세대 집단지도체제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권력 암투 등으로 인한 정치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더욱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반도 정세는 중국과 대치해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며 “한국과 중국이 이해를 함께하는 북한의 개혁ㆍ개방, 비핵화, 한반도 안정ㆍ평화에 초점을 맞춰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