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은 이미 구제역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4월 이후 대표적 축산지역(소 사육 전국 3위, 돼지 2위)인 미야자키(宮崎)현 전역에서 구제역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 지역 전체 소ㆍ돼지의 20%가 살처분됐던 것.
일본도 초기대응에 실패, 조기에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3월 말에 발생한 건을 상당 기간 구제역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4월9일 신고가 접수된 건은 20일에서야 양성으로 확진하기도 했다. 살처분 매몰지 선정에 시간을 빼앗겼고, 예방적 살처분의 법적 근거가 없어 구제역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일본 정부가 마지막 카드로 빼 든 것이 발생지 반경 10㎞ 이내 모든 우제류 가축을 대상으로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방안(링백신). 백신으로 구제역 확산에 제동을 건 다음, 전염이 잠잠해진 뒤 백신을 맞은 가축을 살처분하는 방식이었다.
일본이 링백신이라는 극약처방을 쓸 수 있었던 데는 배경이 있다. 규슈(九州) 섬 남동쪽 끝에 위치한 미야자키 현이 혼슈(本州)나 시코쿠(四國)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백신을 사용해 가축을 살려두더라도 전국적 확산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월말 정치권은 뒤늦게 구제역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켜 예방적 살처분을 가능하도록 했고, 정부는 농가보상을 확대하는 등 정책 지원을 강화했다. 지역주민들이 가축 이동 제한조치와 행사 자제에 적극 협조한 것도 확산 방지에 도움을 줬다.
이렇게 불을 껐지만 극약처방을 사용한 부작용은 컸다. 8월말께 구제역이 종식됐음에도 불구하고 백신사용으로 일본은 여전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
대만은 섣불리 백신을 놓았다가 장기적으로 화를 자초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돼지 구제역이 발생하자, 대만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총 3,000만개의 백신을 접종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역병을 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주요 수출시장이던 일본에 더 이상 돼지고기를 팔지 못하게 돼 양돈산업이 사실상 와해되는 결과를 맞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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