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이 뜨거운 삶을 살다간 기인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들은 날뛰었고, 공연이 끝난 뒤엔 온갖 화제와 구설이 뒤따랐다. 1960년대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록그룹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1943~1971)의 생애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왠 유어 스트레인지’는 요절로 신화가 돼버린 모리슨의 음악 인생을 조명하며 60년대의 풍경을 불러낸다. 해군 제독의 아들이며 수줍음 타던 영화학도가 마약과 술과 섹스에 몰두하며 히피 문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이른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영상이 86분간 스크린에 명멸한다.
레이 만잘렉(키보드)과 로비 크리거(기타), 존 덴스모어(드럼)와 도어스를 결성, 첫 무대에 오르고 첫 앨범을 내고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는 모습만으로도 눈길을 잡는다. 모리슨의 성기노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그의 유죄 판결로 이어졌던 1969년 마이애미 공연 장면 등이 음악팬들의 동공을 확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라이트 마이 파이어’와 ‘디 엔드’ 등 도어스의 대표곡 14곡엔 귀가 황홀하다. 가족이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자신을 고아라고 소개하는 모리슨, 음악에 전혀 소질이 없으니 그만두라는 아버지의 편지 내용 등에선 실소가 터진다. 미군의 베트남전 포격을 지휘하는 아버지와 반전을 외치는 모리슨의 상반된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모리슨은 영화 속에서 “불 사르지 않으면 타 버릴 수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처럼 삶을 음악에 던져버린 한 사내의 인생이 스크린을 달구지만 조니 뎁의 목소리를 빌린 영화의 어조는 시종 차분하다. 모리슨이 살다간 60년대의 역사적 의미, 도어스의 음악이 21세기에 던지는 화두 등에 대해서 딱히 언급이 없다. 치열한 생을 살다간 괴짜 음악인의 기행을 넘어서는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는 것. 왜 지금 짐 모리슨이고, 도어스인가라는 의문은 이 영화의 맹점이다.
영화 제목은 도어스의 두 번째 앨범 ‘스트레인지 데이스’에 수록된 ‘People are strange’의 가사에서 빌렸다. ‘천국보다 낯선’(1984)을 촬영한 톰 디칠로가 연출했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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