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경기 북부지역과 강원도에까지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은 그 동안 구제역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고, 경기 북부지역은 두 차례 발생 경험이 있어 예방과 방역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곳이다. 어제 새로 발병이 확인된 강원 평창 지역은 인근 횡성과 함께 한우의 고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곳이다. 농림수산부 차원을 넘어 국가의 총체적 대응이 시급하며, 축산가의 문제를 넘어 국민 모두가 심각한 인식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방역당국의 초기 대응이 안이했던 점은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다. 안동지역에서 구제역이 확인돼 확산 기미를 보일 때에도 방역당국은 물론 국민들마저 설마 하는 마음을 가졌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며칠 새 구제역이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자, 어제부터 정부는 최고의 위기 수준인 '심각'으로 대응태세를 높이고 구제역 방역의 최후 수단인 예방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이미 우리는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해 본 일이 있다. 1934년 이후 국내 최초로 발병한 2000년 3월 경기와 충남ㆍ북 6개 시ㆍ군 주변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았다. 이후 2002년 5월 경기 충북지역에서 16건, 올해 1월과 4월 각각 6건과 11건이 확인됐으나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을 종식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 보인다. 불과 23일 만에 3개 도 16개 시ㆍ군에서 48건의 구제역이 확인됐다. 이미 매몰 처리한 가축만도 22만여 마리로, 그 동안의 총 피해를 훨씬 능가한다. 예방 접종이 이뤄지면 상당기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되고 방역 효과도 완벽하게 검증되진 않았으나, 살처분 매몰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에 다다른 만큼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구제역이 걷잡을 수없이 확산된 원인으로는 일반인들의 안이한 인식도 지적할 수 있다. 이동이 제한된 가축들보다 위험지역을 쉽게 왕래할 수 있었던 사람과 차량들에 의해 전파ㆍ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이다. 방역당국이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지만, 일반 국민들도 경계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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