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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 앨범 낸 '홍대 여신'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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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 앨범 낸 '홍대 여신' 요조

입력
2010.12.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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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게 가끔은, 발화된 맥락을 초월해 감전되듯 찌릿 스며든다. 얼마 전 김종관 감독의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를 보다가 또 그런 말의 4차원성을 경험했다. “너덜, 너덜.” 축 늘어뜨린 스웨터에 손목을 감춘 배우가 푸석한 표정으로 뱉은 네 음절의 말이, 영화의 스토리를 여의고 어느덧 너덜너덜해진 생의 사실적 감촉으로 피부에 와 닿았다. 영화에서 인디 가수로 나오는 배우는 진짜 인디 가수 요조(사진). 이달 초 새 싱글 앨범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파스텔뮤직)를 냈는데, 딱 그러한 감성의 노래 다섯 곡이 담겨 있다.

“이제 알 만한 나이가 됐잖아요. 깨끗이 빨아 놔도 너덜너덜한 질감을 숨길 수 없는 걸레 같다는 거. 우리의 영혼, 마음 그런 게… 사랑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반복하다 보면, 깨끗이 관리해도 어쩔 수 없이 낡아버리고 만다는 걸요.”

괜스레 들뜨는 시즌, ‘마이 네임 이즈 요조’나 ‘아침 먹고 땡’의 발랄하고 달콤한 요조를 기대한다면 이번 앨범은 사서 좀 묵혀뒀다 듣는 게 좋을 듯하다. 기타와 멜로디언으로 빚은 담박한 음색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고 그 속의 목소리는 마른 안개처럼 천천히 흐른다. 요조는 “회사에서도 약간 어색해 하더라”며, 그 변화를 “하지만 나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얘기했다.

“광고용 음악, 벨소리용 음악을 만들긴 했지만 지난 앨범(1집 ‘Traveler’) 내고 2년 만에 다시 내는 음반이잖아요. 그 중간에 이런저런 일도 겪었고… 달라졌다는 얘길 듣는 것도, 뭐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난 음반을 낼 거니까. 그 동안 내 이미지가 정형화됐나 보죠.”

쉽게 속을 내보이진 않는 딱딱한 갑각류의 화법이 이어졌다. 그래서, 말을 돌렸다. 첫 앨범(‘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커버는 얼굴만한 막대사탕을 들고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번 앨범의 커버는 초원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기린의 모습이다. 요조가 올 여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직접 찍은 사진이다. 잘 찍었다, 고 말해줬다.

“기린이 진짜 커요. 그치만 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아요? 덩치는 크지만 보호해줘야 할 것 같고…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높은 시야를 갖고 있지만, 그래서 더 고독할 것 같아요. 아무도 없는 먼 곳을 항상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젤 좋아하는 동물이에요.”

요조는 자신의 기본적 정서는 고독과 슬픔이라고 말했다. 앨범의 머릿곡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의 노랫말 속에서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어딘가 정말로, 영원이라는 정류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 영원까지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아주 먼 곳, 어쩌면 영 떠나버린 사람에게서 온 편지 같은 말투다.

“평행선 같아요,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가. 내가 스무 살에 이 곡을 썼다면, ‘꼭 끌어안고 누워’로 썼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국 닿을 수 없는 그런 게 삶이란 걸, 이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여신’이라는 칭호를 듣는 인디계의 스타. 영화도 출연하고 광고도 나왔으니, 이제 탈(脫) 인디 아닐까. 뭔 소리 하세요, 하는 눈빛으로 요조는 말했다.

“난 좋게 말하면 욕심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정열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음악 하고 삼시 세 끼 밥 먹을 수 있으면 돼요. (김)창완 아저씨도 광고 찍고 그래서, 우리들끼리 모이면 ‘남자한테 정말 좋아요?’ 그렇게 장난치고 그러는데, 그렇다고 창완 아저씨의 음악이 달라졌을까요? 아, 하나 욕심이 있긴 해요. 맘 맞는 친구들 만나서 밴드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네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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