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긴긴 밤을 하얗게 새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밤이 길어지면 낮이 편해져야 하건만 피로는 오히려 더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뒤척이는 시간만 길어지고 중간중간 깨어나 토막잠을 자다 보니 피곤만 더해진다.
겨울철에 유난히 잠 못 드는 밤이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줄어든 일조량 탓이다.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야 밤에 수면 중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 숙면을 취하는데, 겨울에는 일조량과 야외활동이 줄어들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과 수면무호흡증이 바로 그것이다.
잠자다 자꾸 뒤척이면 하지불안증후군 의심해 봐야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숙면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21~6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가 이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은 10%, 30세 이하는 3% 정도가 이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다리와 발, 손, 몸통 등에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감각을 호소한다. 낮보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고,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다가 움직이면 증상이 사라진다. 75% 정도는 수면 중에 주기적인 사지떨림이 나타나기도 하며, 대부분 잠들기 힘들고 자다 깨는 수면장애를 겪는다. 낮에는 피로해지고 졸린다.
하지불안증후군는 뇌 속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이상이 생겨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증상이 없더라도 이 증후군 증상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신부전, 말초신병증 등도 발병 요인으로 꼽히며, 임신과 호르몬 변화도 일시적으로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어린이 가운데 종아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주물러주면 대개 증상이 나아지며, 성장과정에서 생기는 통증이라고 해서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성장통을 호소하는 어린이 중에 일부는 이런 증상이 하지불안증후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성장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낮에 산만하고 짜증이 심한 어린이는 수면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에게는 약을 쓰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증상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어떤 병으로 인해 생겼는지 알려면 철분과 엽산, 콩팥 기능 등의 혈액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철분 결핍이나 말초신경병증 등과 같은 관련 질환이 있다면 관련 질환을 치료하면 증상이 크게 좋아진다. 관련 질환이 없다면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물치료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생활요법이 목욕과 마사지다. 냉온팩도 도움되며, 잠들기 전에 요가나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한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삼가고, 담배와 술도 삼가야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치료하는 약으로는 도파민 생성을 돕는 철분제와 도파민 전달을 원활히 해주는 도파민효현제가 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치료만 받으면 얼마든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단순한 혈액순환의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숨 넘어갈 듯 심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의심해 봐야
겨울에는 수면에 방해가 되는 코골이도 심해진다. 겨울에는 코가 마르고 염증이 생기기 쉽다. 코와 목 주위 조직이 부으면 기도가 좁아지면서 숨을 들이쉴 때 공기가 빠르게 흐르고, 그 때문에 주위 조직이 떨려 코를 골게 된다.
코골이가 심해지면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말 그대로 잠자는 동안 간헐적으로 숨을 멈추는 질환이다. 코를 골던 중 숨이 멎었다가 몇 초 뒤에 ‘컥’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숨을 쉰다. 대부분 한 번에 30초 이상 호흡이 멎으며, 심하면 밤새 수백 번씩 멎기도 한다. 이처럼 숨쉬기가 어려우면 잠에서 자주 깰 수밖에 없다. 기도가 아주 좁아지는 중증 무호흡증이라면 잠자다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앉기도 한다. 감기 등으로 상기도 감염이 생기면 증상이 더 심하고 자주 나타난다.
자고 난 뒤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높다. 호흡을 멈춘 동안 수시로 깨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 피로한 것이다. 자고 일어났을 때 입이 마를 수도 있다. 무호흡이 끝난 뒤 숨을 빠르게 들이쉬면서 입을 벌리다 보니, 입이 마르는 것이다. 자다가 소변보려고 자주 깨는 것도 수면무호흡증 증상의 하나다. 무호흡 중 복압이 올라가 방광을 자극하면서 수시로 요의(尿意)를 느끼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는 요인은 아주 많다. 코에 문제가 있거나 연구개와 목젖, 아데노이드가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원인은 비만이다. 기도 주변에 지방이 쌓여 수면 중에 기도 저항을 높이는 것이 코골이의 직접 원인이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은 “실제로 코골이 환자의 80%가 비만이며 몸무게를 줄이는 것만막琯?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20가지 이상의 센서를 몸에 붙이고 하룻밤을 자면서 일어나는 생체 증상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검사를 토대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게 된다. 수면무호흡증과 저산소증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수술이나 구강 내 장치를 삽입해 치료할 수 있다. 중증 수면무호흡증에는 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불어넣어 막힌 기도를 열어주는 양압술(CPAP)을 시행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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