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평우)가 2011년 재임용 대상 법관 180명에 대한 평가 결과와 ‘부적합’ 표를 받은 법관의 실명을 공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22일 변협은 소속 회원 1만1,000명을 대상으로 법관 180명의 재임용 적합ㆍ부적합 여부를 설문 조사한 결과, 28명이 부적합 표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적합 항목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법관은 A법관으로 총 14표를 받았고 이어 4표를 받은 법관이 4명, 3표를 받은 법관이 5명이었다. 부적합 사유로는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자세 ▦반말ㆍ무시ㆍ모욕적인 말투 ▦감정과 편견, 예단을 쉽게 내비치는 태도 ▦사건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불성실한 태도 등이 꼽혔다. 변협은 “처음으로 재임용 대상 법관의 적합 여부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조사 대상 법관들의 실명과 소속, 연수원 기수와 함께 개인별 평가결과가 포함된 자료를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뒤늦게 해당 법관들의 명예훼손 문제가 거론되자 협회는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내렸지만 이미 자료는 법조계에 모두 전파된 상태다.
하지만 변협의 조사결과는 신뢰성과 대표성에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결과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협 소속 회원은 1만1,000여명이지만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는 155명(1.4%)에 불과했다. 또 변호사 1인이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법관의 수에 제한을 두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부적합 표를 가장 많이 받은 A판사는 적합 표 또한 30표를 받은 반면, B판사는 적합 1표, 부적합 2표 등으로 쏠림과 무시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결과에 대한 해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협은 보도자료에서 해당 법관들이 받은 적합 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부적합 표의 수만을 부각시켜 발표했다. 더구나 변협이 평가 대상자로 지목한 연수원 30기 판사들은 예비판사 경력이 포함돼 있어 원칙적으로 2011년 재임용 대상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변협이 법관의 업무와 자격에 대해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법관이 대외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직업 특성상 한쪽을 대변하는 위치에 서 있는 변호사가 자신의 소송 승패에 따라 주관적으로 법관을 평가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평가 주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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