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 가입해 당비를 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위원장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우진)가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을 피고인측이 열람ㆍ등사하도록 허용하라”고 결정한 것은 정당하다는 고등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고인의 재판상 권리를 검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강형주)는 검찰이 “변호인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은 증거의 증명력과 관련이 없으며 영장을 통해 압수한 결과물도 없다”며 항고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신속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에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ㆍ등사 규정을 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변호인이 열람ㆍ등사를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적법한 절차를 통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할 자료가 되며, 결과에 따라 증거의 증명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열람ㆍ등사를 허용할 경우 내사 대상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재판부는 “변호인이 신청한 것은 영장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 아니므로 침해 가능성도 낮다”고 배척했다. 이어 “영장 표지에 죄명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잘못 기재돼 있어 불필요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해도 피고인의 방어와 재판의 신속한 진행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법원의 허용 결정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양 위원장 등 전공노 소속 공무원과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소속 교사 272명이 기소된 이 사건을 나눠 맡고 있는 형사합의22부와 23부(부장 홍승면)는 내년 1월 피고인 신문을 거쳐 같은 달 26일 동시에 선고할 예정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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