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잇따른 설화 때문이다. "안상수 체제 출범 이후 최대의 리더십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 분위기가 흉흉하다. '보온병 포탄' 발언 논란이 채 식기도 전에 다시 '자연산' 발언 파문이 터지자 상당수 여당 의원들은 "대표의 영(令)이 서겠느냐"고 우려했다.
지난 달 30일 연평도 포격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잘못 말한 것을 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또 돌발 악재가 터진 것이다. 안 대표 본인은 지난 주부터 적극적으로 민생 행보에 나서고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정리하는 등 '수습'을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안 대표가 22일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여성)만 찾는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서 다시 불씨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됐다.
당내 의원들은 23일 집권여당 대표가 희화화되면서 '권위'를 상실한 점을 우려했다. 안 대표의 잇단 실언이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것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솔직히 안 대표 체제로 내년 4월 재보선이나 19대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가 '당 대표 대안부재론'을 믿고 너무 가볍게 행동하는 것 같다"는 쓴 소리를 했다.
실제 당내엔 "안 대표의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지금의 리더십 위기가 대표 사퇴론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또 당헌당규에 따르면 안 대표가 지금 물러날 경우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는 게 아니라,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의원들이 많다. 또 친박계 내에서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을 장악할 것을 걱정해"안 대표를 흔들지 말자"는 기류가 강하다.
안 대표는 23일 입을 굳게 닫았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24일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 가는 과정에서 이번 논란이 잦아들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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