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 회의에서 좌충우돌식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한 각자도생식 주장과 발언이 쏟아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집권당 회의가 너무 무책임하고 혼란스럽게 진행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밝힐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전날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 이어 대북정책 조정을 둘러싼 설전 2라운드가 벌어졌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국가안보나 국익 문제에서는 당파적 접근이나 인기몰이식 발언은 안 된다"며 "한나라당 중진이 햇볕정책에 대해 긍정 평가했는데 놀라운 얘기다. 햇볕정책은 위장평화 시대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정두언 최고위원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이대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홍 최고위원이 비판한 남경필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햇볕정책은 큰 틀에서 남북화합의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 최고위원과 남 의원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문제를 두고서도 격한 공방을 벌였다. 홍 최고위원이 "한_EU(유럽연합) FTA를 찬성하는 사람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종북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남 의원은 "종북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지도부 내 이견 노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7ㆍ14 전당대회로 안상수 대표체제가 들어선 뒤 수시로 반복됐다. 7,8월에는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직 인선 문제로 충돌, 안 대표에 반발한 홍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감세 철회 문제를 두고 지도부 인사들끼리 "감세 철회 주장은 포퓰리즘 유혹에 넘어간 것", "감세철회 주장은 생산적인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등의 주장을 하면서 격한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 22일에는 충청 몫 지명직 최고위원 문제를 두고 서병수 최고위원이 '당무 거부'까지 언급하며 최고위원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 안 대표의 세력과 리더십이 약하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고질적인 친이계_친박계의 계파 갈등, 친이계 내의 알력 등도 중요한 원인이다. 2012년 총선을 염두에 둔 '개인 플레이'도 한 이유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다양한 의견 표출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부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지도부 인사들이 국정운영의 근간과 관련된 정책들에 대해 사전 논의 없이 마구 이견을 드러내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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