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고 발생 전 계약 유효 판결… 보험사 패소
질병 사실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한 후 사망했어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근이양증을 앓다 사망한 전모씨 유가족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S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근이양증으로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시간 경과에 따라 보험사고의 발생이 필연적으로 예견된다 하더라도 보험계약 당시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근이양증은 근육을 유지하는 단백질 결핍에 의해 근육이 굳어져 사망하게 되는 병으로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며, 재활치료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2002년 전씨는 월 1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사망하거나 1급 장애상태가 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보험금 3,3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뒤 2008년에 숨졌다. 이에 유족들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계약 체결 전인 1998년 근이양증 진단을 받았고, 계약 체결 당시 청약서에 주요 질병으로 기재하지 않는 등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1ㆍ2심 재판부는 "상법상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이 예견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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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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