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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일본 탁구의 아이콘 후쿠하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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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일본 탁구의 아이콘 후쿠하라 아이

입력
2010.12.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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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8월3일 동덕여고 체육관. 1m11의 귀여운 꼬마 아이는 한국의 간판 탁구스타 김택수(현 대우증권 감독)와 이벤트 경기를 벌였다. 5세8개월에 불과했던 이 꼬마는 기량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 김택수 감독과 대결에서 계속해서 점수를 내주자 씩씩거리면서 울분을 토했다. 결국 경기에서 지자 ‘탁구 신동’은 울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3살때부터 탁구채를 잡아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세계 탁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꼬마 주인공은 ‘아이짱’으로 더 잘 알려진 후쿠아라 아이(22ㆍ일본). 어릴 때부터 악착 같은 승부 근성을 드러내며 주목 받았던 아이는 어느덧 숙녀가 됐다. 여전히 “승부의 세계에서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아이짱을 19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만났다. 국내언론 최초로 진행된 아이짱의 단독 인터뷰에서는 탁구 선수로서의 신념은 물론이고 22세 명랑한 숙녀의 ‘한국 사랑’ 등의 사생활도 엿볼 수 있었다.

‘탁구 천재’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아이짱은 말이 필요 없는 일본 최고의 스포츠스타. 3살때부터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탁구 천재는 명성에 걸맞은 재주로 세계 탁구팬들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만화 속 주인공 같은 귀여운 외모에 기량까지 겸비한 아이짱은 초등학교 때부터 성인 선수를 물리치며 신동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0살때 프로로 전향한 그는 이듬해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3년 뒤 세계 탁구계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탁구선수권에 출전한 아이짱은 무서운 기세로 정상급 선수들을 꺾더니 단식 8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최연소 세계 8강 기록이었다. 2006년에는 남녀 일본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5위 안에 진입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의 역대 최연소 기수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탁구 신동’도 혹독한 시련에 수 십 차례나 라켓을 놓으려 했다. 그는 “사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탁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아시안게임 전에는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컸고 자신감도 떨어졌다”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3개를 따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둬 ‘전업주부’가 돼야 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접었다”고 해맑게 웃었다. 아이짱은 오래 전부터 평범한 ‘전업주부’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아이짱의 ‘천재적인 재능’을 눈 여겨 본 김택수 감독은 “어릴 때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서 지금처럼 성장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분간 세계 정상권을 꾸준히 지킬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평했다.

‘한류 아이돌’에 빠진 ‘탁구돌’

일본의 ‘원조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아이짱은 요즘 ‘한류 아이돌’에 빠졌다. 일본을 점령한 한류 스타인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의 노래를 달고 산다. 그는 “지난 10월 헝가리 오픈 출전 중 21세 이하의 후배들이 한국 음악을 추천했다. 한번 듣고 나서 반해 요즘은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시간 날 때마다 듣고 있다”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노래 제목과 가수의 이름들도 술술 흘러나왔다. 그는 “동방신기 멤버들의 이름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소녀시대도 윤아, 티파니, 태연을 좋아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특히 소녀시대의 ‘지’와 ‘소원을 말해봐’, 카라의 ‘미스터’와 ‘점핑’ 등을 즐겨 듣는다.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 파이널스에 참가한 아이짱은 “경기 중간에 한국 노래들이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경기장에 울려 너무 신났다”고 활짝 웃었다. 이상형도 털어놓았다. 그는 “동방신기 창민”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활약해 중국어가 유창한 그는 ‘중국어로 인터뷰를 유창하게 하는 것 같다’고 묻자 “다음에는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겠다”며 재치 있게 받아 넘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하루 세끼를 ‘신라면’으로 때울 정도로 한국 음식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경기 일정상 시간이 없어 신라면으로 세 끼를 먹었다. 잡채, 떡볶이, 김치찌개, 김밥 등 한국의 매운 음식도 너무 좋아한다”고 쩝쩝거렸다.

한국탁구=수비 탁구, 천적=김경아

아이짱은 한국 음식과 음악에 열광하지만 한국 탁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 최정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기 때문. 그는 “중국이 최강이지만 한국과 싱가포르의 탁구 역시 강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탁구 하면 ‘수비탁구’가 떠오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여자탁구의 에이스 김경아(대한항공)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났다. 그는 “단식에서 김경아 선수를 단 한 차례도 이긴 적이 없다. 김경아가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 전에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간절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탁구의 강인한 이미지도 아이짱의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동아시아대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목표 의식이 굉장히 뚜렷했던 것 같다”며 “규칙적인 합숙 등의 엄격한 생활을 통해 목표 달성을 반드시 해냈다. 지금도 한국 탁구를 보면서 공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모범적인 ‘탁구 선배’와 ‘엄마’가 지향점

아이짱은 22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프로 경력이 13년이다.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는 실력과 인간성을 겸비한 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을 표출했다. 존경하는 선수로 왕난(중국)을 꼽은 그는 “2004년 중국 프로투어에 처음 갔을 때 왕난과 같은 팀이었다. 당시 최고의 레벨이었던 왕난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참을 위해 직접 호텔 숙소까지 잡아주는 등 친절함을 베풀었다. 실력뿐 아니라 인간미에서도 왕난은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스타”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선수와 여자로서 청사진도 밝혔다. 그는 “초중고 학생들이 나의 경기를 TV로 보고 탁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만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탁구 선배로서 남고 싶다”며 “탁구는 물론이고 따뜻한 인간미로 좋은 교우 관계도 형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유달리 좋아하는 아이짱은 38세 이전까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깜짝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철 없을 때 결혼하는 사람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지금도 결혼은 꼭 한 번 하고 싶다. 설사 결혼을 못한다 하더라도 38세 전까지는 아이를 꼭 갖고 싶다”며 “38세 때 엄마가 나를 낳았다. 아이를 못 낳으면 양자라도 들이겠다”고 털어놓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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