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한 사이에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경계하고 통일 문제를 생각하는 현대무용 ‘기다리는 사람들Ⅱ’가 내년 1월 7, 8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공연된다. 안무가 김남진(42)씨가 이끄는 댄스시어터 창이 기획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다.
김씨는 먼저 “시기를 맞추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행사를 본 뒤 올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에 맞춰 준비했다는 작품이다. 그는 “베를린에서 본 사진 한 장이 영감을 줬다”며 “한 소녀가 베를린 장벽의 철조망 사이로 건너편의 소녀에게 인형을 주는 장면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최근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안한 한반도 상황에서 가장 덤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젊은이”라고 꼬집으며 “이 땅에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정말 통일이 되기는 할지를 묻고 싶었다”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6명의 여자 무용수만 출연시켜 전쟁의 비극성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편적 주제를 다뤄야 세계 무대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음악은 국악 느낌의 소리와 전자음 등을 섞는다. 그렇다고 국내 정세에 눈 감지는 않는다. 가령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발언이나 예산안 날치기 통과 등은 작품에서 블랙코미디의 요소로 활용된다. 무대에 등장하는 빈 탱크는 허술한 국방을 꼬집는 장치다.
김씨는 무대디자인에서도 극장의 객석을 모두 포기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관객들은 가운데에 철조망이 쳐진 무대 위에 무용수들을 둘러싸고 양쪽으로 나뉘어 앉는다. 철조망을 자르면서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안무가, 무용수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회당 관객은 200명으로 한정된다.
김씨는 1998~2002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다. 이어 2006년까지 벨기에 세드라베무용단 단원으로 있었다. 그는 “정치ㆍ사회적 비판을 서슴지 않는 유럽 무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내년 1월 19~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그의 ‘환경프로젝트’도 아이티 지진을 소재로 한 ‘두통’ 등 시사적인 작품 3편을 묶어 진행한다.
김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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