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에 한지로 만든 커다란 전통 등(燈) 모양의 성탄트리 3개가 20일 불을 밝혔다.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불교계도 축하메시지는 발표했지만, 조계사 앞마당에 대형 트리까지 세우고 캐럴을 부르며 예수 탄생의 기쁨과 의미를 함께 나누기는 처음이다.
조계사는 성탄 트리에 불교와 기독교 간의 화합 염원을 담았다고 했다. 성탄절을 맞아 두 종교가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사랑과 나눔을 함께 하는 계기가 되자는 것이다. "구원과 평화, 고난 극복의 상징인 예수의 삶을 본받아 남북갈등으로 인한 불안, 정치권의 혼란으로 인한 상심, 평화와 관용을 위협하는 아집과 독선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성탄절 축하메시지도 같은 뜻이다.
솔직히 요즘 우리 종교는 본래 정신과 마음에서 벗어나 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할 것 없이 종교 안팎에서 사랑과 자비, 나눔과 일치, 화해와 평화보다는 미움과 시기, 갈등과 분열,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다. 템플스테이 예산문제로 확대된 불교차별 논란, 끝없이 이어지는 일부 개신교도의 불교 모욕과 배타적 행동,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천주교 사제들의 갈등이 우리 사회를 더욱 싸늘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국민들은 종교가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해주길 바란다. 가난한 이웃과의 나눔에 앞장서고,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조계사의 성탄트리도 그런 자각과 자기 반성이 담겨 있지 않으면 의미가 적다. 성탄절을 맞아 누구보다 사랑의 실천에 앞장서야 할 개신교와 천주교에도 이런 마음가짐과 다짐이 더없이 절실하다. 정진석 추기경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성탄, 차별 없는 사랑의 공동체를 강조했다.
나눔과 봉사의 마당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거리에서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열심히 종을 울리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종교계가 더욱더 이웃사랑을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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