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대상 아시아나항공
지난 18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창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박모(39)씨는 카운터 위에 놓여있는 저금통을 하나 발견했다. 호기심에 용도를 문의한 박씨는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용 저금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용하지 못한 외국 동전을 기부해 세계 아동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말은 들은 그는 갖고 있던 동전들을 모두 저금통에 넣었다. 박씨는 "귀국하면 환전도 하기 힘든 것이 외화 동전인데 이 돈을 보람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20일 한국나눔봉사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아시아나는'아름다운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공공의 행복에 공헌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시아나의 적극적 사회공헌 활동을 살펴보면 이 슬로건이 허언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1994년부터 유니세프와 함께해 온'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운동은 이미 아시아나를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 모금액도 올해 7월 50억 원을 넘어'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아시아나는 특히 취항지 저개발 국가의 소외 계층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8월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일대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친환경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고,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서비스지점 직원들이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책가방을 지원하는 '봉사 송년회'를 했다. 중국 가뭄 지역에 대한'사랑의 물 저장고' 기증, 베트남 극빈 가정을 위한 사랑의 집 기증 활동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활동도 활발하다. 10월에는 모든 임직원이 참여한 '급여 끝전 모으기 캠페인'과 '1:1 매칭 그랜트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강서구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급식비 3,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달 초에도 강서구 관내 불우이웃들에게 임직원이 함께 만든 김치 500포기와 20kg들이 쌀 500포를 전달했다. 2007년부터는 해외 지점에서 구입한 현지 베스트셀러 6,100여권 지원, 다문화 가정과 함께 바자회 개최 등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윤영두 아시아나 사장은 "한국나눔봉사대상 수상을 계기로 사회공헌에 대한 투자와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기업 대상 SBS
SBS는 창사 초기부터 꾸준히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편성, 나눔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1991년 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정규프로그램 '사랑의 징검다리'를 시작으로 '기아체험 24시간', 'SBS 희망TV'등이 대표적 예다.
특히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담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팀을 설치, 나눔문화 전파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9년 시작한 SBS 희망 TV는 이 같은 노력의 '백미'로 꼽힌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가수, 탤런트가 국내 소외계층과 아프리카 및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데 앞장 서는 모습을 방송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폐광으로 마을 전체가 빈곤에 몰린 강원도 정선에서는 인기 가수가 출연하는 콘서트와 체험 행사를 동시에 진행, 10만장의 연탄 기금을 조성했다. 또 학교가 없는 아프리카 차드에서는 탤런트 고(故) 박용하씨가 출연, 시청자들의 도움으로 결국 학교(요나스쿨)을 세우기도 했다. 니제르 등 굶주림에 지친 아프리카 가정에 '희망의 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일종의 릴레이 기부로 아프리카 5,700여 가구에 1만2,000여 마리의 염소를 기증하고 이를 받은 가정이 18개월 뒤 생기는 새끼 염소를 이웃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나눔을 받고 다시 이를 되돌려 주는 감동은 그대로 안방에 전해져 시청자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미덕은 전문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대표적 사회공헌 단체와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 맞춤형 나눔을 실천했다. 굿네이버스, 굿피플,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 함께일하는재단 등이 기획ㆍ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좋은 기획 의도와 방송사의 확고한 의지, 전문 단체의 참여가 3박자의 조화를 이룬 결과 올해에만 281억원을 모금했다. 방송 모금사상 최고 금액이다. 이 돈은 니제르, 수단, 콩고, 파키스탄 등 제 3세계와 국내 소외 계층에게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유영석 담담 PD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일회성이 아니라 교육과 함께, 생계유지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등 장기적이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 모든 것은 시청자들의 절대적 호응 덕분"이라며 대상 수상의 공을 시청자들에게 돌렸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개인 대상 이주석 병원장
"그냥 해요. 별로 특별한 건 없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내가 힘과 능력, 뜻이 있으니 그냥 그렇게 해요."
강원 강릉 가인치과병원의 이주석(46) 원장은 그 동안의 '특별한' 나눔활동에 대해 담담하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네 곳의 사회복지시설의 무료진료, 두 개의 장학금, 브라질 의료선교 사업 지원까지 끊임없이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그이지만 나눔ㆍ봉사대상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후배들한테도 늘 말해요. 사명감을 갖고 하지 마라. 그러면 힘들어진다. 의식이나 책임감은 나중에 숙제나 짐처럼 된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그의 봉사는 95년 강릉에 병원을 개원하자마자 시작됐다. 병원에 찾아온 한 사회복지시설 아이를 통해 치과 치료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복지시설 자비복지원의 얘기를 듣게 된 것. 그렇게 시작된 무료진료는 이젠 생활처럼 이어지고 있다. 자비원 모든 아이들의 치과 진료는 물론 신입 원생의 구강상태 점검도 이 원장의 몫이다. 이 것이 계기가 돼 이 원장은 장애인 복지시설 늘사랑의 집, 장애인특수학교 오성학교, 장애인 복지시설 애지람의 치과 진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은 "강릉은 서울처럼 장애인 등의 치과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고, 치료비를 부담하기에도 만만치 않다"며 "그런 어려움을 알고 있으니깐 한번 시작하니 오래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2005년에는 육로 접근이 어려운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 의료 선교 사업에 쓰일 병원선 구입에 5만 달러의 기금을 기부하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26만5,000달러 기부를 이끌었다. 또 200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비롯해 2개의 장학금을 후원하며 후배들의 자립도 돕고 있다.
의사가 될 때까지 서울에서만 살다가 강릉으로 건너와 지금은 '담도 없고 대문도 없는 작은 시골집에 살고 있다'는 그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큰 것은 아니고 다만 이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아이들은 문화적 경험이 별로 없어요. 이 아이들이 악기를 배워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는 일을 꼭 하고 싶어요." 그는 소박하게 웃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NPO 실무자 대상 김영일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 비리 사건 이후 연말 기부금이 뚝 끊겼는데, 이 상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보람 하나만으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저는 그 많은 복지사분들을 대표해 상을 받을 뿐이에요."
김영일(39)씨는 국제아동권리 비영리조직(NPO)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서 프로그램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태화기독교 사회복지관에서 10년 간 아동과 여성 관련 복지사업을 맡아온
그는 2006년 세이브더칠드런으로 자리를 옮겨 보건의료 사업과 기업 모금,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해 왔다. 특히 11월까지 그는 기업사회공헌팀장으로 일하며 기업 모금을 이끌어 왔다. 의료 사각지대 환아 지원, 청소년 진로 지원을 위한 산업 시찰 캠프,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등의 프로그램을 앞세워 지난 4년간 거둔 모금 성과가 160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그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과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지속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는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지의 극빈국 신생아를 위해 직접 손으로 짠 털모자를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GS샵이 선뜻 '모자뜨기 키트'를 후원하고 판매까지 해 줘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사실 처음에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거절을 당했죠. '당신들한테는 이런 기획이 재미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누가 뜨개질을 해 가며 이런 캠페인에 동참하겠느냐'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2006년에 모자 1만개 뜨기를 목표로 시작한 이 캠페인이 작년에는 9만개의 모자가 완성될 만큼 크게 확산됐죠."
그는 이달 초 프로그램 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 시민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사업을 기획해 국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돕는 게 그의 새로운 목표다.
그는 "현장에서 동료들을 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저렇게까지 헌신하는구나' 싶어 감동 받을 때가 많다"며 자신의 이번 수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와 돕고 싶은 이를 연결해 주는 복지단체 실무자의 역할이 부각된 게 기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심사평/ NPO 공동회의 주도적인 참여 노하우+열정 넘쳐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시상식은 봉사활동을 해온 개인과 기업의 참여가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 NPO공동회의(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 12개 비영리 민간단체 협의체)가 주체로 참여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체들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개인과 기업들의 사회공헌 열정과 결합해 가슴이 절로 뭉클해지는 수많은 '나눔'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심사는 기업ㆍ단체, 개인, NPO공동회의 실무자 부문 등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5명의 심사위원들은 지난 한 달 간 접수된 단체ㆍ기업 15건과 개인 19건, NPO실무자 3건을 토대로 이들의 사회공헌 철학, 활동의 영향력 및 파급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두루 살폈습니다. 그 결과 대상에 해당하는 보건복지부장관상 4건, 한국일보와 한국 NPO공동회의상을 받게 되는 최우수상 10건, 우수상 9건을 선정했습니다.
대상(기업 부문)은 SBS와 아시아나 항공에 돌아갔습니다. SBS는 희망TV 등을 통해 나눔 문화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6년간 50억원을 지구촌 어린이 구호사업에 기부하고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점이 돋보였습니다. 개인 자격으로 대상을 받게 된 이주석 원장은 장학사업을 통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장애인학교 등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는 의료인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김영일 팀장은 지난 15년간 사회복지사로 헌신하였을 뿐 아니라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등을 통해 기업이 일회성, 홍보성 사회공헌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사회공헌에 참여해온 기업들, 봉사와 기부에 앞장서온 단체의 홍보대사들,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 자원봉사자들이 수상하게 됐습니다.
내년 4회 시상 때에는 헌신하는 NPO실무자들도 많이 발굴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번에 수상하게 된 모든 기업, 단체, 개인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함께 축하를 보냅니다.
홍순혜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심사평/ NPO 공동회의 주도적인 참여 노하우+열정 넘쳐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시상식은 봉사활동을 해온 개인과 기업의 참여가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 NPO공동회의(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 12개 비영리 민간단체 협의체)가 주체로 참여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체들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개인과 기업들의 사회공헌 열정과 결합해 가슴이 절로 뭉클해지는 수많은 '나눔'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심사는 기업ㆍ단체, 개인, NPO공동회의 실무자 부문 등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5명의 심사위원들은 지난 한 달 간 접수된 단체ㆍ기업 15건과 개인 19건, NPO실무자 3건을 토대로 이들의 사회공헌 철학, 활동의 영향력 및 파급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두루 살폈습니다. 그 결과 대상에 해당하는 보건복지부장관상 4건, 한국일보와 한국 NPO공동회의상을 받게 되는 최우수상 10건, 우수상 9건을 선정했습니다.
대상(기업 부문)은 SBS와 아시아나 항공에 돌아갔습니다. SBS는 희망TV 등을 통해 나눔 문화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6년간 50억원을 지구촌 어린이 구호사업에 기부하고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점이 돋보였습니다. 개인 자격으로 대상을 받게 된 이주석 원장은 장학사업을 통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장애인학교 등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일하는 의료인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김영일 팀장은 지난 15년간 사회복지사로 헌신하였을 뿐 아니라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등을 통해 기업이 일회성, 홍보성 사회공헌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사회공헌에 참여해온 기업들, 봉사와 기부에 앞장서온 단체의 홍보대사들,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 자원봉사자들이 수상하게 됐습니다.
내년 4회 시상 때에는 헌신하는 NPO실무자들도 많이 발굴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번에 수상하게 된 모든 기업, 단체, 개인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함께 축하를 보냅니다.
홍순혜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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