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이 물었다. "트위터에 잘못된 정보도 많은데 허위 정보가 빠르게 유포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잘못된 정보가 빨리 확산되는 만큼, 바로잡히는 속도도 빠르다." "정보 수용자의 태도도 중요하다. 정보의 정확성을 따져보고 확인해봐야 한다. 그러면 거짓 정보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한 방송 특강에 출연해 방청객과 주고받은 문답인데,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만 뜻은 대강 이랬다. 인터넷과 트위터 같은 첨단 디지털 매체의 등장은 빠른 속도와 쌍방향성을 토대로 정보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반대로 잘못된 정보와 유언비어를 급속히 확산시키는 부작용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이 대표의 답변은 이러한 부작용조차 그다지 우려할 바는 아니며, 결국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견해로 보인다.
어차피 명백히 잘못된 정보야 금세 오류가 드러나고, 바로잡힐 것이다. 만약 누군가 고의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사회적 해악을 초래한다면 그에 대해선 일정한 제재를 가하면 된다. 문제는 잘잘못이 쉽게 판가름 나지 않는 경우다. 어느 쪽도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의심의 여지가 있거나, 시각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경우 역사적으로 대개는 권력을 쥔 쪽의 견해가 진실의 감투를 쓰고 다른 견해를 핍박한다. 적어도 사회가 민주화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때마침 대학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21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했다'는 말인데, 진실을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붙었다. 현 정부 들어 광우병 촛불 집회, 천안함 사태 등 굵직한 사회적 현안마다 진실이냐 거짓이냐 공방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장두노미의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 때마다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다른 의견을 가진 쪽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댔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유언비어가 많다는 것은 사회적 신뢰가 낮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사회적 신뢰 저하는 유언비어 탓이라기보다 장두노미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유언비어는 그 신뢰 저하의 산물일 뿐이다.
유언비어를 원초적으로 막고 우리사회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결국 원인을 해소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에게 진실을 감출 수 있다는 장두노미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설사 누군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그것이 힘을 얻을 수는 없을 터. 원인은 놔둔 채 결과만을 보니, 처방이 잘못되고 실효성도 기대할 수 없다.
지난달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는 이유로 입건된 대학강사 박모씨 사건도 그렇다. 검찰 공안부의 지휘를 받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했는데, 그 후에도 경찰은 박씨를 수 차례 소환해 배후를 캤다고 한다. 논란이 되자 사건을 지휘한 검찰 관계자는 "범행의 동기를 밝히기 위해 불가피한 수사였다"고 해명했다. 범행의 동기야 굳이 박씨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바이지만, 범죄사실로만 보면 경범죄나 될까 말까 한 것을 공안사범처럼 다루는 권력의 그 옹졸함이 무섭다. 이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근거 없는 게 아니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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